산불 피해 모금도 ‘곧장기부’스럽게

올해, 여러분은 어디에 기부하셨나요?

아마 많은 분이 지난 3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에 동참하셨을 것 같아요. 경상북도 의성부터 안동, 영덕, 청송 지역까지 기록적인 산불로 영남 지역이 큰 피해를 보았죠. 피해가 컸던 만큼 전국적으로 약 1천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이 모였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내 기부금이 실제 현장에서 잘 쓰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걱정의 목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어요.

곧장기부에서도 2025년 4월, 13개 모금함을 열어 2,120만 원의 기부금을 피해 복구 현장에 전달했어요. 많은 도움의 손길을 모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곧장기부가 처음으로 재해 복구 모금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했어요. 사실 곧장기부의 방식을 재해 복구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워, 그동안은 모금을 열지 못했는데요. 곧장기부를 통해 산불 피해 복구에 동참하고 싶다는 많은 기부자님의 요청에 따라, 곧장기부도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게 되었어요.

재난·재해 현장에서도 기부금 100%를 100% 투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긴급 모금의 담당자였던 고하은 매니저가 지난 이야기를 정리해 봤어요. 현장 파트너인 더프라미스의 김동훈 대표님도 함께* 긴급 구호 현장의 이야기를 더해 주셨어요.

*긴급 구호가 마무리된 후, 김동훈 대표님과 지난 모금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인용구로 표현한 내용은 모두 김동훈 대표님과의 대화를 옮긴 부분이에요.

재난재해 모금함, 이렇게 만들었어요

곧장기부가 첫 긴급 모금을 시작한 건 2025년 4월 2일. 산불이 처음 발생한 3월 22일로부터 일주일이 훌쩍 넘은 시점이었어요.

물론 산불이 발생한 후부터 긴급 구호 상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었어요. 하루이틀 후부터 대형 모금 플랫폼에서 모금이 시작되고,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것도 보았죠. ‘곧장기부도 산불 모금을 해달라’거나 ‘곧장기부에서 하고 싶었는데 결국 다른 곳에 기부했다’라는 기부자님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왔어요.

재난·재해 현장에서도 곧장기부의 방식대로 기부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곧장기부만의 방식으로 모금을 열 방법을 찾아 나섰어요.*

*곧장기부에서는 모든 재난 재해・현장을 위해 기부함을 열 수는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재해구호법>상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구분하고 있는데요. 자연재난의 경우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기관만 긴급지원 모금이 가능해요. 이번 영남 지역의 산불 재해는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 사회재난이기 때문에 곧장기부에서도 긴급 모금함을 열 수 있었어요.

선물품・후모금? 시간이 없다!

기본적으로 곧장기부는 ‘선물품·후모금’ 방식을 원칙으로 운영해요. 지역아동센터 등 기관에서 모금을 요청하면 필요한 물품과 사연을 장바구니에 담아 순서대로 모금함을 열고, 모금이 완료되면 곧장기부가 ‘곧장’ 그 물품을 구매해서 신청한 기관으로 배송하는 방식이죠.

기부자님에게 모금함에 기부한다고 해서 기부의 과정이 모두 끝난 건 아니라고 말씀드려요. 모금함이 ‘기부 완료’가 되려면 어떤 물건을 얼마나 샀는지, 후기는 어땠는지를 모두 모아 기부자님들께 보여드리고 나서 가능해요. 이렇게 1원도 빠짐없이 기부금이 전달되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긴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에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였어요. 우선, 개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일일이 파악하려면 적어도 3일은 걸려요.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재민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야 하는 긴급 구호 현장에서는 너무 긴 시간이었어요. 더군다나 도로나 건물이 불타고 손상된 상황에서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곧장기부는 ‘선모금·후물품’ 방식을 선택해, 좀 더 빠르게 긴급 구호 현장을 지원해 보기로 했어요.

먼저 기부금을 모아 물품을 구매한 후, 기부금을 어디에 지출했는지는 증빙 과정에서 꼼꼼하게 보여드리기로 한 거죠. 그동안 기부금을 100% 투명하게 전달해 온 만큼 기부자님들도 우리의 도전을 믿어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4월 1일, 재난재해 현장의 파트너 찾기

곧장기부에서 ‘파트너’의 역할은 중요해요. 주로 지역아동센터나 보육원의 선생님들이죠. 파트너분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전달된 물품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기부자님께 전달할 후기를 작성해 주시는 덕분에 필요한 곳에 ‘곧장’ 필요한 물품을 전할 수 있어요.

이번 모금에서는 곧장기부의 취지를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구호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현장 파트너가 필요했어요. 무엇보다 곧장기부 팀이 직접 현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구매한 이 물품을 이재민에게 잘 전달했어요!”까지 확인해 줄 수 있는 파트너여야 했죠. 재난 상황에서는 창고에 쌓인 구호 물품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종종 듣곤 하는데요. 그래서 우리의 기부가 단순히 창고에 물품이 도착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달 과정 전체를 투명하고 상세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더프라미스는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재해 구호 전문기관이예요.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이재민에게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곳이죠. 행복나눔재단과는 평소 재해 구호의 문제점과 과제를 공유하면서, 더 나은 지원책을 고민하던 사이였어요. 그래서 이번 모금함을 계획하면서, 더프라미스를 파트너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죠.

더프라미스에서도 곧장기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더프라미스는 현장을 살피고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동시에, 모금도 함께 운영해야 하는 숨 가쁜 상황이었거든요. 곧장기부와 함께한다면, 더프라미스에서는 구호 활동에 집중하면서 현장 상황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셨다고 해요.

“곧장기부와 함께하면, 우리는 오로지 현장 조사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면 모금은 곧장기부에서 담당하니까요. 초동 대응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긴급 구호 현장에 구호 물품이 빠르게 전달되려면 모금이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해요. 그래서 대형 구호단체는 미리 마련해 둔 적립금으로 긴급 구호를 먼저 진행하고, 이후 모금된 금액으로 보충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중소 규모의 단체가 그렇게 하긴 매우 어렵죠. 모금에 필요한 시간만큼 현장 활동이 지연될 수 있으니,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어요.”

4월 2일, 빠른 모금을 위한 모금함 만들기

더프라미스와 협업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모금함 준비에 박차를 가했어요. 우선, 더프라미스와 24시간 연락이 가능한 담당자를 배정하여 기부와 전달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했어요. 또, 경영지원팀의 도움을 받아 회계 관련한 문제가 없을지 확인하고, 더프라미스측에는 증빙 절차를 미리 공유하여 증빙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지 검토를 요청드렸죠. 회계나 증빙 처리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더프라미스에서 현장 사진과 정보를 받아 긴급 모금함을 세팅했어요.

한편, 가장 큰 고민은 모금함의 목표 금액을 정하는 거였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여러 군데서 기부가 진행된 상황이었고, 평소와 달리 모금부터 시작하는 데에 기부자님들이 공감해 주실 지 걱정도 됐어요. 그래서 적은 금액을 자주 모아, 신속하게 현장에 전달하기로 했어요. 목표 금액을 모두 채워야만 출금할 수 있는 곧장기부 시스템에도 잘 맞을 것 같았죠. 처음에는 300만 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더프라미스와 의견을 공유하면서 100만 원이라는 목표치를 정했어요.

걱정한 것과 달리, 많은 기부자님이 빠르게 모금에 동참해 주셨어요. 첫 모금함이 6분 40초 만에 마감되고 뒤이어 열린 두 번째, 세 번째도 모두 빠르게 목표 금액을 채울 수 있었죠. 퇴근을 앞두고 시작한 모금이었는데, 퇴근길에도 연이어 기부가 이어졌어요. 모금함이 채워지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곧장기부를 믿어주시는 기부자님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어요.


산불 재해 현장에 ‘곧장’ 닿으려면?

곧장기부는 언제나 그랬듯, 이번 모금에서도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새롭게 도입한 ‘선모금・후물품’ 방식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어려움을 겪었어요.


1. 새로운 모금 방식, 어떻게 소개할까?

기존의 ‘선물품・후모금’ 방식 대신, 이번에는 ‘선모금・후물품’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기부자님들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었어요. 평소에는 모금을 신청한 기관에서 사연, 필요한 물품, 앞으로의 계획을 중심으로 작성하지만 이번 모금에서는 곧장기부 팀도 직접 글을 쓰게 됐어요. 재난재해 모금이 어떤 방법으로 투명하게 진행될지, 기존 모금과는 무엇이 다를지 궁금해하실 기부자님의 관점에서 고민하며 글을 썼어요.

그래서 완성된 글은 다음과 같아요.

“곧장기부의 기부금은 여전히 물품구매에만 사용되지만, 그 대상이나 물품 내역, 가격을 미리 안내드리긴 어렵습니다. 기부금은 현장 상황에 맞게 먼저 사용된 후, 그 결과를 기부자님들께 전달드릴 예정이에요. 현재 피해 지역에는 다양한 구호물품이 제공되고 있지만, 개개인의 세부적인 필요까지는 채워지지 않는 상황이에요. 현장 지원의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는 물품들 위주로 선정될 예정입니다. 기부금 사용 증빙은 기존과 동일하게 물품명, 구입처 등이 포함된 영수증과 기부 후기 사진으로 진행돼요. 단, 긴박한 상황 속에서는 후기보다 지원이 우선이기 때문에, 증빙에는 최대 3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2. 이미 생필품은 있다면, 어떤 걸 전달할까?

곧장기부에서는 5, 6차 모금함을 통해 전달받은 기부금으로 청송 지역 대피소의 어르신들께 찹쌀 꽈배기를 전달했어요. 이재민분들께 꽈배기라니, 이 노트를 읽는 여러분도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모금을 시작할 때만 해도 현장에는 이불이나 베개 같은 생필품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송금할 시점이 되니, 이미 다른 지원처에서 그 물품들이 모두 전달된 상황이었죠. 대신 치킨, 꽈배기, 과일과 같은 간식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산불 피해 현장에 꽈배기를? 이게 정말 긴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물품인 걸까?’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의아했죠.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구호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했어요.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보는 구호 텐트, 식사, 생필품 등은 피해가 발생하는 즉시 지자체에서 지원이 시작돼요. 대피소가 마련된 후 어느 정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제 개개인에게 맞춘 지원이 필요하게 되죠. 그래서 더프라미스는 이재민분들이 머무는 대피소에서 이재민 한 분 한 분의 필요를 묻고 조사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물품을 선정해 주신 거였어요.

“우리나라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구호의 초점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 물품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요. 마실 것, 먹을 것, 입을 것 같은 품목이 많이 지원되죠. 물론 생존은 최우선 과제이지만, 이재민들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지원’ 또한 중요해요. 평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밥만 먹지 않고 과일이나 간식도 즐기는 것처럼요. 이재민들은 보통 대피소에서 한 달 가까이 머무는데, 그동안 매일 같은 식사만으로는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지치기 쉬워요. 다양한 식료품을 지원해서 삶의 질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청송 지역 대피소는 3월 27일부터 운영되었는데요, 고령의 어르신들이 보름이 넘게 비슷한 도시락과 간식을 드시면서 지내던 상황이었어요. 대피소에도 부식 코너가 있지만 과자나 캔디류로 채워져 있어, 입맛에 맞지 않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드시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곧장기부 팀에서는 소화가 잘 되고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는 찹쌀 꽈배기를 간식으로 준비했어요. “찹쌀이라 부담이 없네”,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기뻐하시는 말을 들으니, 일상의 빈틈을 채울 방법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물론 기부자님들도 생필품 키트나 물, 이불과 담요 같은 걸 떠올리고 기부금을 보내주셨을 거예요. 이런 구호 물품 대신 간식을 준비하게 된 까닭을 기부자님들께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실제로 곧장기부 사무실에 전화를 주셔서 ‘정말 꽈배기가 필요한 물품이었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문의 전화를 받으면 다시 현장에 연결해서 확인한 뒤, 기부자님께 말씀드리곤 했어요. 예를 들어, “생필품은 이미 재해가 발생한 지 하루이틀 내에 지자체나 다른 기관을 통해 배분되었습니다. 지금은 일상의 빈틈을 채워,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시점이에요. 그래서 간식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요.

또, 전화로 말씀드린 내용을 모금함의 안내문이나 기부 후기 글에도 녹이려 했어요. 전화를 주신 기부자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충분히 궁금해하실 내용이라 생각했거든요.

더프라미스 says: (…) 어느덧 보름이 넘도록 불편한 생활이 이어지며 어르신들께서는 반복되는 도시락과 간식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계셨습니다. 한 어르신께서 “이제 물려”라고 한마디 하시던 순간, 더 나은 간식을 준비해야겠다는 필요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곧장기부 says: (…) 현재 피해 지역에는 구호 물품이 제공되고 있지만, 개개인의 세부적인 필요까지는 채워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현장 지원의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는 물품들이 최대한 선정될 예정입니다.


3. 바쁘고 정신없는 현장, 어떻게 증빙해야 할까?

곧장기부는 100% 투명한 사용 내역을 기부자님들께 공유해 드리기 위해 현장 담당자분들께 결제 영수증, 물품 구매 사유, 세부 내용, 현장 사진, 전달 상황 등 가능한 모든 정보를 요청했어요. 모금함 운영이 끝난 뒤, 현장 담당자분께서 “기부금을 잘 사용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소회를 남겨주실 만큼 증빙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① 1원까지 남김없이 쓰는 게 어렵다: 100만 원이 모인 모금함이라면, 100만 원을 모두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쓰는 게 곧장기부의 원칙이에요. 하지만 바쁜 현장에서 기부금 액수와 딱 맞는 물품을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기부금 액수를 넘길 때는 재단에서 추가 금액을 지원했지만, 결제에 필요한 카드나 통장이 항상 현장에 있는 게 아니라서 빠르게 처리하는 게 어려운 경우도 있었어요.

② 지역 상권 내에서 소비·증빙하는 게 어렵다: 이번 산불로 지역의 소상공인분들도 큰 피해를 보았어요. 그래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건 그곳에서 구매하기로 했어요. (이건 더프라미스의 원칙인데요, 곧장기부도 여기에 공감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하지만 시골 지역이다 보니 작은 가게에서는 영수증 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어요. 아예 영수증을 발급하기 어렵거나, 손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죠. 또, 우리가 찾는 물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멀리 있는 대형마트까지 다녀올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③ 증빙 사진을 찍는 게 어렵다: 곧장기부 모금함에는 기부 물품과 물품을 활용하는 사진, 후기 글을 공유해 모든 기부금과 물품이 전달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드리고 있어요. 기부 물품을 촬영할 때는 기부자 명단을 함께 찍어, 중복해서 사용하거나 도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죠. 이번 재난재해 모금에서도 ****물품을 배분하는 과정부터 활용하는 사진까지 기부자님들께 모두 꼼꼼하게 공유해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상황 속에서 좁고 열악한 대피소에 계신 이재민분들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도 기부자님께서 보내주신 기부금이 산불 피해 현장에서 100% 필요한 곳에, 100% 전달될 수 있었던 건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책임져주신 현장 담당자분들 덕분이에요. 현장 담당자와 봉사자분들 덕분에 발품을 팔아가면서 금액에 맞는 물품을 구하고, 각종 증빙 서류를 처리하고, 이재민분들께 양해를 구하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모든 진행 과정을 카카오톡 알림톡과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자님께도 잘 전달할 수 있었죠.

기부자님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셨어요.

빠르고 투명하게, ‘곧장기부’스럽게

지난 모금을 돌아보면, 적은 액수를 빠르게 현장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건 곧장기부만의 커다란 장점이었어요.

“이미 뉴스에서는 산불 소식이 사라져가고, 기부할 사람은 다 한 것 같은데 그 시점에 곧장기부로 모금하는 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근데 100만 원이 바로바로 채워지는 게 정말 놀라운 거예요. 곧장기부를 알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는 기부자분들은 일반 기부자분들과는 다르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분들은 곧장기부 시스템에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빠르게 기부 행동으로 이어지는구나, 짐작할 수 있었죠.”

김동훈 대표님의 말씀처럼, 비록 한 박자 늦게 시작한 모금이었지만 기부자님들이 빠르게 긴급 모금에 동참해 주신 덕분에 모금을 빠르게 전할 수 있었어요. 곧장기부로 모인 기부금은 모금이 완료되자마자 2일 이내에 바로 전달되었어요. 보통 모금이 끝난 후 전달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곳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죠.

또, 이재민 개인의 필요에 맞춘 물품을 조사하고, 그걸 구매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한 것도 좋은 시도였어요. 앞으로도 곧장기부는 재난재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맞춤형 지원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하려 해요.

“곧장기부는 기부자들이 돈을 보내면, 그걸 물품으로 전환해서 이재민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시스템이에요.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올리고, 그 물품을 구매하는 데 기부자들이 동의하면 바로 그곳에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죠. 현장의 수요에 기부자가 맞춰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실적이고 다양한 범위에서 구호 활동을 전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재난 현장에 전달되는 긴급 키트는 보통 미리 만들어 두기 때문에, 재난 초기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모든 필요를 만족시킬 수 없어요. 표준화된 긴급 키트에는 한정된 옵션만 담을 수밖에 없거든요. 속옷을 예로 들면, 키트마다 속옷이 사이즈별로 2~3개는 들어가 있지만 모든 사이즈 옵션이 다 있는 건 아니에요. 또, 이런 키트로는 아동이나 노약자, 장애인에게 필요한 속옷을 일일이 챙기기 어렵죠. 이런 현장에 곧장기부를 통해 기부자님의 도움이 닿을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구호 활동이 가능할 거예요.

앞으로도 재난재해 현장에서 곧장기부의 장점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기부자님들의 신뢰를 든든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지만 일분일초가 급한 구호 현장에서는 증빙을 꼼꼼하게 챙기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어요. 앞으로는 물품을 배분하는 사진이 생략될 수도 있고, 현장에서 물품이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늦어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곧장기부 모금함을 열더라도, 기부자님들의 기부금을 투명하게 사용한 뒤 그 과정을 상세히 전달하려고 해요.


이 노트를 쓰는 오늘은 처음 산불이 발생한 지 124일째 되는 날이에요. 이제 긴급구호 사업은 일단락되었고, 이재민분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더프라미스에서는 이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8월부터 1년간 청송군 지역에서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해요. 생필품뿐만 아니라 생활과 생계에 필요한 물품들도 지원하여 산불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텐데요, 곧장기부도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랍니다.

곧장기부는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는 물론, 앞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재난재해에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기부자님들의 마음을 현장으로 전달할 거예요. 어떤 현장에서든 기부금 100%를 100% 투명하게 전달한다는 원칙만은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려요.

앞으로도 내 기부금이 100% 투명하게 쓰이는 것을 보고 싶다면, 곧장기부 홈페이지(https://thedirectdonation.org/)를 방문해 주세요!

Project Manager 고하은 Edit 제소윤 Graphic 박익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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