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기부에 기부해 보신 적 있나요?
곧장기부는 1원도 빠짐없이 100% 전달하고, 모든 전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부 플랫폼이에요. [곧장기부 탄생기 읽으러 가기]
곧장기부 사이트에서 모금함을 클릭하면 기부처가 필요로 하는 물품 사진, 수량, 금액을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액수만큼 기부할 수 있어요. 이후, 모금 완료, 물품 주문 완료, 기부 후기가 등록되는 시점마다 카카오톡으로 알람이 오는데요. 홈페이지에서는 모든 지출 증빙과 물품 수령 사진, 손글씨로 적은 후기 인사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일련의 기부 과정을 경험한 기부자님들은 “곧장기부는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네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이렇듯 모든 게 자동화되어 매끄럽게 돌아갈 것 같은 곧장기부지만,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N개의 모금함을 만들며
파일럿 프로젝트였던 곧장기부는 SSG닷컴의 함께 장보기* 기능을 활용하고, 그 외의 일은 ‘일단은 사람 손으로 해본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함께 장보기 기능:하나의 장바구니에 여러 명이 같이 담을 수 있는 SSG닷컴의 기능. 원래는 장바구니 3개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SSG닷컴에서 아이디 3개와 90개 장바구니, 총 270개의 장바구니를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어요.
곧장기부에서는 한 건의 모금이 이루어지려면 아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요. 초창기부터 이 모든 단계마다 가능한 많은 증빙자료를 기부자님들께 공유하는 것을 철칙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곧장기부 모금 프로세스
①기부처 등록 → ②모금함 생성 → ③모금 진행&완료 → ④물품 주문 → ⑤배송 → ⑥후기 등록 → ⑦내부 회계처리
*곧장기부 @임팩트의 과정은 다소 다를 수 있어요
문제는 담당자가 손으로 일일이 하다 보니 품이 꽤 많이 든다는 거였어요. 모금함 하나를 개설하고 마무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다 모아보면 1시간가량 되는데요. 모금함 수가 늘어날수록 이 작업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한 해에 1,909개의 모금함(’24년 기준)이 운영된다고 치면, 이 작업에만 연간 2,000시간이 드는 셈이죠. 이밖에 사업 기획, 센터 소통, 기부증서 발송, 기부자 피드백 확인은 또 별개의 일이고요.
처음 곧장기부는 담당자 1명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혼자서 이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에, 우리는 이 작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업무 자동화 실전
HTML Console 명령어로 모금함 생성하기
곧장기부 모금의 첫 단계죠. 바로 모금함 만들기.
초창기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필요한 물품 이미지를 캡처해서 보내 주시면, 그걸 보면서 물품을 다시 검색하고 모금함에 넣었어요. 모금함 하나를 만드는 데 무려 30분이나 걸렸죠. 이후 SSG닷컴의 함께 장보기 기능을 활용하면서 여러 장바구니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게 됐지만, 장바구니 물품을 하나씩 모금함에 넣어야 했기 때문에 여전히 모금함 하나를 만드는 데 10분 정도가 소요되었어요.
그래서 장바구니에 있는 상품명, 가격, 링크를 빠르게 가져오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HTML을 공부하며 웹페이지에서 해당 상품 링크, 상품명, 수량, 금액을 긁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서 적용했어요. 이제는 모금함 하나를 만들 때 드는 시간이 1분까지 줄어들었어요.
Python과 Node.js로 회계 지출증빙 제작하기
투명한 기부를 위해 곧장기부는 내부 회계처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모금액에 맞게 지출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 기본 영수증은 물론 모금함 페이지 전체를 캡처해 첨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람이 일일이 캡처하다 보니 실수도 많고, 여러 건을 처리하다 보면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하곤 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ython와 Node.js로 모금함을 자동으로 캡처하고 그 파일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봤어요. 개발 언어가 필요한 일이라 개발자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을 들여 완성했는데요. 프로그램 적용 후에는 페이지를 하나하나 캡처하고 저장하지 않아도, 장바구니 이름만 검색하면 증빙을 자동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덕분에 30분 넘게 걸리던 일이 단 6초 만에 끝나게 되었어요!


Zapier로 기부증서 발송하기
곧장기부는 단독기부함에 결제가 완료되면 기부증서를 기부자님 메일로 발송해 드리고 있어요. 증서에는 기부자님 이름, 기부금액, 기부일, 모금명, 센터명, 증서번호 등의 정보가 들어가는데, 원래는 포토샵으로 하나하나 정보를 기입하고 제작했어요. 그런데 올해 기부증서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이 작업도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한 비영리 스터디 클럽에서 배운 Zapier를 활용해보기로 했어요.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Google Docs 변숫값으로 자동 입력되고, PDF 파일로 변환된 뒤 이메일로 바로 발송되는 로직을 만들었어요. 원래 증서 제작에만 10분이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증서를 제작하고 발송하기까지 30초밖에 걸리지 않아요.
Webhook으로 기부자 피드백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곧장기부는 기부자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기부자님 의견은 주로 설문 결과 화면이나 관리자 계정에서 확인했는데, 실시간으로 확인이 어렵고 수시로 들어가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웹훅(Webhook) 기능으로 홈페이지를 업무 메신저에 연동해, 모금함 알림 신청, 뉴스레터 의견, 기능 개선 요청 등의 의견이 들어왔을 때 바로 알림이 오도록 설정했어요. 기부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외에도 RSS를 통해 곧장기부와 관련된 뉴스 기사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사실 웹 개발은 제 전공과는 거리가 먼 분야인데요. 당시 노코드&업무 자동화 툴이 유행하기도 했고, ‘반복 업무는 압축시킨다’라는 팀의 기조가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아무리 좋은 사업도 휴먼에러나 반복 업무가 많아지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업무 자동화 시도가 곧장기부의 성장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물론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남은 과제도 많아요. 직접 물품을 주문하는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회계 시스템에 데이터를 자동으로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싶어요. 또 기부금 영수증을 국세청에 500건씩 나누어 발행하는 작업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 부분도 효율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업무 자동화 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답니다.
꼭 필요한 일이기에 기꺼이
곧장기부는 사업 기획이나 회계처리, 신규 기부처 컨택, 단독기부 처리, CS와 같이 담당자가 꼭 해야 하는 일 외의 반복 업무를 어떻게 효율화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오늘 얘기한 반복 업무 자동화가 그중 한 예이고요.
효율화한다고 해도 증빙에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자동화 환경을 세팅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한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물품을 주문하거나, 아이들 얼굴이 나오지 않게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기부자님께 알림을 보내는 것들요.
그럼에도 이 모든 업무를 ‘기꺼이’ 부담하는 이유는 투명한 기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도 기부 대상자의 개인 정보는 유출하지 않는다는 곧장기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요.
곧장기부는 앞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