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청년 이노베이터를 찾는 실험

‘타겟’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의 절반은 타겟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과 문제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청년 소셜 이노베이터를 육성하는 써니루키팀의 타겟은 ‘청년’이에요. 청년이라는 큰 범주에서 육성이 필요한 타겟을 발굴하고 선정해, 그 대상에 맞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그중 LOOKIE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소셜 이노베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아리 형태로 조직화하여 교육 및 자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우리 사업에 닿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면 누구일까?

청년 인재 육성사업을 진행하며 만날 수 있는 청년은 한정되어 있어요. 모집 홍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소속되어 있고,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할 수 있으며, 커리큘럼을 능동적으로 따라오면서 여기에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조건에 모두 속해야 해요.

이렇게 기준을 좁혀가다 보면 청년 안에서도 사회문제 해결 의지가 있고 실천 역량이 있는 수도권 ‘대학생’으로 자연스럽게 육성 타겟이 좁혀지게 되어요.

대한민국 청년기본법 제3조에서는 청년을 19∼34세의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2023년 기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청년의 수는 1천만 여명. 이중 대학교 재학생 수는 약 250만 명이고, 여기서 지역을 수도권으로 좁히면 95만 명(2023년 기준)으로 확 줄어들게 되어요. 전체 청년의 약 10%에 해당해요. 대학생 중심의 육성 사업으로는 닿을 수 있는 청년의 범위가 확실히 좁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기 위해 써니루키팀에서는 2022년부터 새로운 타겟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대학생 대상에서 벗어나서,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고 소셜 이노베이터로 성장하고 싶은 ‘또 다른 청년’을 발굴해 보기로 한 거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서

그렇다면 기존 사업에서 우리가 닿지 못했던 청년은 누구일까요?

우선, 대학 밖 청년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들은 왜 대학 밖에 있는가를 물었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이유들을 묶어 가다 보니 대학 밖 청년 중 일부가 사회문제 속 당사자 청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후 니트 청년, 고립·은둔 청년, 영케어러, 자립준비 청년 등 현 시대에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청년 집단을 만나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해보고 싶은지 물어봤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인사이트를 발견했어요.

  • 문제 해결 의지 측면 : 당사자 청년 중 일부는 자신과 동일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었어요. 이는 일반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의 참여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 했던 ‘사회문제 해결 의지’와 동일한 것이었죠. 왜냐하면 의지가 있어야 어려운 문제 해결 과정을 중도 포기 없이 끝까지 완주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당사자 청년 가운데에서도 사회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청년으로 타겟을 좁혔어요.
  • 참여자의 환경적 측면 : 에너지가 많이 투여되는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 당사자이지만, 현재는 해당 문제를 회복했거나 회복 중인 청년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해당 인사이트를 토대로 사회문제를 경험했지만 회복 중에 있어 프로그램에 원활하게 참여가 가능하며, 사회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당사자 청년’을 타겟으로 정의하고 발굴에 들어갔어요.

이렇게 세분화된 타겟을 발굴하던 중, 본인이 겪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조직을 꾸린 한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요. 바로 2022년 11월 행복나눔재단에서 진행한 SIT 컨퍼런스 <청년, 고립에서 자립으로> 편에 참여한 ‘안무서운 회사’ 유승규 대표입니다.

5년 동안 고립·은둔 생활을 했던 유승규 대표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안무서운 회사’를 설립했다고 해요.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을 위한 쉐어하우스와 멘토링을 운영하고, 자기 브랜딩이나 스탠드업 연극 서기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죠.

이중 은둔고수 프로그램에서는 은둔을 스펙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자신의 이야기를 또 다른 은둔 청년들에게 전하는 피어 멘토를 양성하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회복 중인 일부 청년들이, 자신과 동일한 문제를 겪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해 해당 사회문제를 적극 해결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바로 저희가 발굴하고자 했던 그 ‘타겟’이었어요.

이 청년들과의 만남으로 정말 가능할까 싶던 LOOKIE NADO(나도) 프로젝트가 구체화됩니다. 소셜 이노베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대학 밖 청년에게 제공하여 새로운 임팩트를 만들어가려고 했던 초기 방향성과 잘 맞물린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거죠.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문제 발견

그러나 기획 단계에서 여러 차례 진행한 FGI(Focus Group Interview)* 인터뷰에서 고립·은둔을 극복 중인 이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를 발견하는데요. 바로 재고립의 가능성이에요. 이 문제는 참여자들이 여전히 ‘당사자’라는 점에서 비롯되었어요. 고립과 은둔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의 의지는 크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다시 고립될 수 있다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거죠.

*FGI(Focus Group Interview) : 보통 6~10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정해진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이를 통해 정보나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집단 심층면접 방식입니다.

NADO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은 고립·은둔의 시간 속에서 한 번 이상 회복의 단계를 거쳤고, 사회로의 재진입을 시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그들의 사회적 공백을 받아줄 사회적 인프라가 없었고, 당시 마주한 좌절(사회 진입 실패)은 재고립으로 이어졌어요.

아래는 NADO 프로젝트 참여 청년들이 사전 인터뷰 때 우리에게 해준 이야기예요.

“사회에 나가려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꼈죠. 11년 정도 운둔을 했어요. 10대 시절의 반 그리고 20대 시절의 반. 그러다 보니까 저에게 주어진 거는 아무것도 없는 거죠. 학력도 없고 뭐 자격증도 없고요. 취업을 준비하는 게 어려운 상황인 거죠. 그래서 NADO 시작하기 전까지 우울한 상태였어요. 왜냐면 저는 사회에 내 자리가 있어야,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사람인데. 방 밖을 나왔는데, 그 이후에 뭘 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NADO 프로젝트 1기 멤버 하나

위 이야기를 건네준 청년은 그 이후 여러 번의 재고립을 경험하고 NADO에 참여한 상황이었어요. 다른 참여들자에게도 동일하게 ‘고립 →회복 →실패 →재고립’의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요. 즉, 재고립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한 개입과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어요.

하지만 고립·은둔 이슈가 최근에 담론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다루고 있는 영역은 상당히 한정될 수 밖에 없었어요.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존 프로그램들은 현재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었어요. 그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개입하지 않고 있었죠.

결국 이 비어진 부분으로 인해, 고립·은둔에서 회복된 청년들이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고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이것이 NADO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 찾은 개입 지점, Last Mile*이에요.

*Last Mile: 소셜섹터의 성장 덕분에 우리 사회는 많은 사회문제 솔루션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런 솔루션들이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에게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작은 간극들(Last Mile)이 남아있습니다. 행복나눔재단은 이러한 간극(Last Mile)을 찾고, 이를 메우는 사업모델을 만듭니다.

이 빈칸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소셜 이노베이터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본인들이 겪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프로젝트 이후에 재고립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치’까지 마련하는 방향을 함께 가져갈 수 있도록 기획을 진행하게 되어요.

이어서 2편에서는, 기획 의도가 실제 운영에 어떻게 적용되었고 참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곧 발행될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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