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재단에서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시도와 실험의 연속인데요. 그 가운데서도 곧장기부는 큼직한 실험을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곧장기부 자체였어요. 2020년 12월 ‘기부금을 1원도 빠짐없이 100% 전달’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부 모델을 목표로 곧장기부가 런칭했어요. 그 이야기는 <투명한 기부를 향한 여정> 아티클에 자세히 나와있어요.
2년 뒤엔 두 번째 실험을 시작했어요. 2023년 4월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곧장기부 @impact’를 런칭한 것인데요. 100%전달과 투명성은 유지하되 ‘물품’이 아닌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라는 전혀 다른 아이템에 도전해본 거죠.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 ‘곧장기부 @impact’를 담아보려고 해요. 지난 1년 반 동안 임팩트기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할지, 차별점이 무엇인지 고민이 참 많았는데요. 무수한 정리의 과정을 거쳐 오늘 드디어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곧장기부 @impact의 탄생과 최적화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이 글에서는 곧장기부의 기부를 아래 두 가지로 구분해 부를게요
임팩트기부 : 곧장기부 @impact처럼 사회문제 해결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부하는 형식
일반 기부 : 기부처가 필요로하는 물품에 기부하는 기존 기부 형식
글쓴이
• 박은실 곧장기부팀에서 임팩트기부를 기획하고 모금을 관리하고 있어요
• 유승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임팩트기부에 연계하고 모금 페이지를 기획하고 있어요
혁신에도 기부가 필요해
박은실 매니저
처음에 곧장기부는 기부를 못 믿어서 기부를 안 하는 사람들에게 ‘100% 전달’이라는 선택지를 주고자 시작했어요. 기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 목록을 공개해 기부를 받고, 기부금을 1원도 빠짐없이 전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했는데,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모델이었죠. 곧장기부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해 곧장기부 @impact를 런칭할 시점에는 누적 기부금이 11억이 넘었어요.
반면 아쉬움도 있었는데요. 과자나 학용품, 장난감 등 시장에 나와있는 기성품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조금 더 혁신적인 아이템을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재단은 사회문제 속에서 작고 구체적인 문제를 찾아 뾰족한 솔루션을 개발해요. 시각장애 아동의 독립 보행을 돕는 교육,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 PT 스튜디오, 점자 만지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장난감 등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소외된 이웃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죠.
물론, 재단 뿐만 아니라 소셜섹터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 있어요. 하지만 솔루션이 뾰족할수록 대상은 적을 수 밖에 없으니 시장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결국 지속적인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혁신에 기부하는 기부자를 늘리고 싶다’
실제로 재단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싶다는 말을 건넨 분들도 종종 있었거든요. 거기서 가능성을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100% 전달하는 투명한 기부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과자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템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이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플랫폼 ‘곧장기부 @impact’가 시작되었어요.
8분 만에 마감된 첫 번째 기부
우리도 기부자들도 임팩트기부는 처음이다 보니 ‘맛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부자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점자 라벨 동화책 제공 프로젝트> 모금을 만들었어요.
재단에서 그간 진행해온 학습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점자 라벨이 붙은 동화책을 제작해 전달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시각장애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처음부터 새로 제작하는 게 아니라 기존 동화책에 라벨을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모금 페이지에 점자 라벨 동화책의 필요성과 제작 과정, 비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미리미리 오픈 알림 신청도 받아 놓는 등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그렇게 2023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첫 번째 임팩트기부 모금이 오픈되었어요. 목표 모금액은 50만 원.
결과는 어땠냐고요? 모금은 8분 만에 마감되었어요. 기부자들의 반응도 생각보다 더 뜨거웠죠.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배움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뜻깊은 것 같아요!”
“임팩트기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또 열리나요?”
첫 임팩트기부에 기부한 기부자들
이후에도 같은 모금을 몇 차례 더 진행했는데 모두 3일이 지나기 전에 모금이 완료되었어요.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싶은 기부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죠.
최적의 모금 세팅을 찾아서
유승제 매니저
기부는 아이템 외에도 고려할 요소가 많은데요. 기존에도 곧장기부는 기부자들의 효능감을 위해 적절한 모금 기간을 스케줄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팩트기부는 일반 기부에 비해 변수가 많은 편이에요. 프로젝트에 따라 물품·서비스도 다르고, 모금액도 천차만별이고 모금 주기도 제각각이죠. 안정적으로 모금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테스트가 필요했어요.
우선, <점자 라벨 동화책 제공 프로젝트> 파일럿을 3번 운영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 모금 당 하루에 60만 원 정도가 모금된다
- 동일한 프로젝트는 회차가 거듭될 수록 모금 속도가 줄어든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규모가 큰 <점자 문제집 제공 프로젝트> 모금에 도전해봤어요. 시각장애 학생들이 점자 문제집을 받으려면 3개월 넘게 걸리는 문제를 분업과 단원별 제작으로 해결한 프로젝트예요. 문제를 뾰족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 임팩트기부에서 꼭 한번 다루어보고 싶었어요. [프로젝트 아티클 보기]
목표 모금액은 파일럿의 12배인 720만 원. 하루에 60만 원씩 12일 이상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하루 평균 170만 원이 모이면서 모금은 4일 만에 마감되었어요.
이를 통해 또 다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 1일에 오픈하면 모금 속도가 빠르다
일반 모금의 경우 매월 1일 새로운 모금을 열곤 해서 이때 기부가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점자 문제집 제공 프로젝트> 역시 1일에 오픈해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모금이 채워진 것이죠.
그렇다고 모금이 빨리 채워지는 걸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어요. 10일 정도는 곧장기부 사이트에 노출되면서 사회문제나 임팩트기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이 다음에는 동일한 프로젝트를 1일에 오픈해 10일 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모금을 세팅했어요. 두 번째 모금이기 때문에 모금 속도가 줄어들 것을 고려해 목표액을 930만 원을 잡았어요. 결과는 9일 동안 모금을 유지하며 성공!
이후에도 모금매력도 지표를 만들어 측정해보는 등 우리만의 스케줄링 노하우를 하나씩 찾아가고 있어요.
과하게 설명하고 보여주기
의의로 어려웠던 건 모금 글쓰기였어요.
기부처 소개와 필요한 물품 목록 등이 있는 모금 페이지는 기부자를 설득하는 첫 번째 커뮤니케이션인 셈인데요. (기존 모금의) 과자나 학용품은 긴 설명이 필요 없어요.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이유도 알고 가격도 대략 알아요. 하지만 혁신적인 프로젝트는 다르죠.
앞에서 언급한 <점자 문제집 제공 프로젝트>를 예를 들어 볼게요. 이 프로젝트는 분업&단원별 제작 방식으로 점자 문제집을 만들어 새 학기 전에 시각장애 고등학생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에요. 문제집 한 권의 가격은 7백만 원.
여기까지 들었을 때 여러 궁금증이 생길 수 있어요. ‘점자 문제집이 원래 없었나?’, ‘분업&단원별 제작이 뭐가 특별하지?’, ‘무슨 문제집이 7백만 원이나 들어?’ 같은 것들요.
우리의 답은 ‘이런 것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는데…’ 싶은 정보, 설령 TMI일지라도 최대한 자세히 쓰자! 였어요. 점자 문제집을 제때 구하기 어려운 이유부터 시작해서 분업&단원별 제작 솔루션과 효과, 구체적인 제작 과정과 비용, 그리고 말미에는 전달 받게 될 시각장애 학생 소개(개인정보 제외)도 썼어요. 다만, 가정 형편과 같은 개인의 사정보다는 시각장애 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담백하게 서술하고, 대신 문제와 솔루션의 혁신성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어요. 그래야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테니까요. 여러가지 고려하다 보니 어떨 때는 2주 동안 모금 페이지 글을 쓰기도 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곧장기부는 모금이 마감된 후 기부자들께 구매 영수증은 물론 기부처로부터 물품을 수령한 사진과 후기를 받아 전달해요. 일반 기부는 ‘잘 받았어요! 잘 쓸게요!’라는 후기만으로도 충분해요. 하지만 임팩트기부에서 다루는 제품은 과자나 학용품 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에 기부자들이 ‘이걸 진짜로 잘 쓸까?’ 궁금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솔루션을 받아서 사용하는 과정을 담아 전하기로 했어요. 예를 들어 <점자 문제집 제공 프로젝트>는 시각장애 아동이 문제집을 실제로 수령해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30일, 50일, 100일 단위로 후기를 받아서 전달했어요. <장애인 맞춤 운동(PT) 기부 프로젝트> 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각 회차별 운동 종류와 설명, 운동하는 사진&영상을 같이 첨부했어요.
재단이 직접 개발하고 튜닝한 물품&서비스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특별한지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었어요. 사진을 찍고 증빙자료를 챙기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이런 노력이 기부에 대한 의심을 걷어주고 혁신 프로젝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고 생각해요.
임팩트기부의 임팩트
곧장기부 임팩트 팀
이런 저런 최적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틀이 잡힌 후에는 더 다양한 모금을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에 맞는 소셜벤처의 아이템을 연계해보기도 했죠. 지금까지 8개 영역, 34개 임팩트기부가 진행되었어요.
2024년 11월 20일 기준으로 임팩트기부 누적 기부금은 1억 4천만 원이에요. 임팩트기부에 참여했던 기부자 2,121명 중 52%(1,108명)가 두 번 이상 임팩트기부에 다시 참여했고, 무려 21개 모금에 참여한 기부자도 있어요. 임팩트기부라면 믿고 기부해주는 정기기부자*도 1,061명이나 됩니다.
*정기기부자 2,052명 중 임팩트기부 항목에 체크해준 기부자 수
임팩트기부를 경험한 많은 기부자들이 기부를 계기로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임팩트기부를 가치있다고 느끼며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서 곧장기부 @impact도 행복나눔재단도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답니다.
오늘은 임팩트기부 탄생과 최적화 과정을 거쳐 오늘의 곧장기부 @impact가 있기까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사실 임팩트기부의 최적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조만간 세 번째 실험도 준비 중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