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일상에서도 이동할 때도 오랜 시간을 앉아서 생활해요. 그러다 보니 척추와 자세가 불균형하게 발달하고 몸의 중심이 무너지기 쉬운데요. 등이 굽거나 몸이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져 척추측만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고요.
스스로 바퀴를 밀어 움직이는 ‘수동 휠체어’보다 조이스틱(동력보조장치)을 부착해 전력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를 타는 경우가 많아 체력과 근력을 기를 기회도 부족해요. 한창 자랄 시기의 아이들에겐 성장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이죠.
운동으로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휠체어 타는 아이들을 위한 운동은 찾기 힘들어요.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은 이 문제를 주목하고 2021년 휠체어 사용 아동∙청소년 신체발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없던 새로운 형태의 ‘아동 맞춤형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이 탄생했죠.
이번 아티클에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며 거쳐온 고민과 시도, 그리고 최적화 과정을 담아봤어요.
어디에도 없는 아동 맞춤 휠체어 운동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조사해봤어요. 그런데 휠체어 운동 기관도, 운동 프로그램도, 가르쳐 줄 강사도 찾기 어려웠어요. 왜 그런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병원&치료 센터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병원이나 치료 센터를 통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치료는 대개 딱딱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의사나 물리치료사와 1:1로 진행되기에 아이들이 금세 지치고 지루해 한다고 해요.
권은○ 아동 어머니
일반 운동 프로그램
또래 친구들이 다니는 축구 교실이나 태권도, 농구 교실 같은 사설 운동 프로그램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비장애 아이를 대상으로 운영되기에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기가 어렵죠.
권서○ 아동 어머니
학교 체육시간
학교 체육 시간도 마찬가지에요. 모든 아이가 참여하는 체육 수업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휠체어 사용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서 구경하거나, 혼자서 다른 단순한 활동을 하곤 해요.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시기이기에,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속상해 해요.
아동용 휠체어 운동의 탄생, 그리고…
세상파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을 위한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어요.
먼저, 휠체어 사용 아이들에게 필요한 신체 발달을 정리해봤어요.
① 먼저, 바르게 앉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코어의 힘과 상체를 조절하는 능력
② 휠체어를 안전하고 능숙하게 조작하기 위한 팔과 손의 힘
③ 휠체어에 앉은 채로 문을 열거나 물건을 짚는 등 일상에서 다양한 동작을 하기 위한 유연성과 움직임 범위

그래서 우리는 이런 포인트를 중심으로 트레이닝, 재활치료, 물리치료, 척추교정,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해 아동용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손목 스트랩, 밴드, 도어앵커, 클립 등 홈트레이닝 도구를 활용해 상체를 발달시키는 운동들로 구성했죠. 그리고 운동의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아동 26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척추의 휘어짐과 굽은 정도가 개선되는 긍정적인 신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고, 집과 학교에서의 활동 범위와 독립적인 생활 빈도 또한 늘어났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운동 프로그램을 오픈했어요. 6~18세 휠체어 사용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의로 16회차에 걸쳐 휠체어 운동 강의 영상과 개인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였죠.

처음 열린 프로그램임에도 무려 186명이 신청하면서 프로젝트는 순탄히 진행되는 듯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벽에 부딪혔는데요. 수업이 한 회차 한 회차 진행될수록 점점 아이들의 참여율이 낮아진 거에요. 16회차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니 지속 참여율은 28%에 불과했어요. 운동은 하루아침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기에 지속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요.
‘분명 좋고 효과적인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왜 참여율이 낮은 걸까?’
우리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 최적화 포인트
지난 시행착오를 토대로, 현장의 경험과 대상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낮은 수업 지속 참여율의 원인을 찾고 최적화 포인트를 찾아갔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 즐겁게, 더 꾸준히 참여할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 끝에, 새로운 모습의 세상파일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이 탄생했어요.
우리는 크게 3가지에 집중해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최적화했어요.
구분 | 기존(2021년) | 현재(2025년) |
---|---|---|
프로그램 구성 | 트레이닝 도구 활용, 단일 커리큘럼 | 다양한 운동 테마 접목, 단계별/회차별 커리큘럼 |
운동 수업 형태 | 개인 온라인 수업 중심 | 그룹 오프라인 수업 중심 |
신체변화 모니터링 | 수기 측정, 결과 데이터 수치만 공유 | 디지털 기기 정밀 측정, 종합 리포트 제공 (신체 데이터, 운동 사진, 추천 운동 등) |
1. 다양한 테마의 운동
먼저 프로그램의 세부 운동을 더욱 다양하게 구성했어요. 기존에는 ‘팔 위로 뻗기’, ‘체간 앞뒤로 움직이기’ 등 단순한 동작 수행 중심으로 운동이 진행되었는데요. 신체 능력 및 운동 역량을 기르는 데 적합한 동작을 양궁, 태권도, 골프, 농구 등 여러 테마의 운동과 새롭게 접목했어요. 의료 목적의 재활 치료가 단순하고 딱딱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과 다르게,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계속해서 참여하고 싶도록 변화를 준 거에요.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 참여자 김민○ 아동
또 아이들의 신체 상태와 운동 능력에 따라 맞춤 운동을 제공하기 위해, 운동 커리큘럼을 단계별로 세분화했는데요. 기초(신체 균형 조절 역량 강화)와 심화(근력 강화) 총 2가지 커리큘럼의 프로그램이 각각 14주간 진행돼요. ‘기초 프로그램’에서는 운동 경험이 없어 운동의 필요성과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흥미와 기초 역량을 다져주고요. ‘심화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피트니스 기구(미니 덤벨, 케이블 머신 등)를 활용해 근력을 길러요.

2. 또래와의 그룹 활동
프로그램의 형태도 달라졌어요. 기존에는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아동 개별로 집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프로그램을 오프라인 기반의 그룹 활동으로 바꾸었는데요. 아이들의 신체 능력 및 운동 기능에 따라 3~4명의 소그룹을 구성해 운동을 진행해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더욱 높였어요.
여러 명이 같이 운동하면서 질서 있게 내 순서를 기다려 보기도 하고, 서로 “파이팅! 할 수 있어” 응원하며 도와주기도 하는데요. 운동을 통해 몸이 자라남과 동시에 팀워크와 사회성 등의 심리·정서도 함께 성장하는 거에요.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 이○은 아동
14주간의 정규 프로그램이 끝나면 ‘휠체어 운동 페스티벌’이 열려요. 평소 가족이나 또래 친구와 운동회나 축제를 즐길 기회가 적은 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 거죠. 부모님과 함께 휠체어 이어달리기를 하고 형, 누나, 동생과 줄다리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아이가 운동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경험하며 자녀의 운동을 더욱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도록 독려하는 것도 페스티벌을 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


3. 신체 변화 모니터링
또 프로그램 전, 후로 아이들의 신체 변화를 측정(모니터링)하고 부모님에게 공유하는데요. 운동을 통한 아이들의 신체 변화를 보여주어 계속해서 운동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요. 동시에 아이들 개별 컨디션에 따라 어떤 운동을 더 강화할지, 어떤 커리큘럼을 보완하고 개선할지를 파악하죠.
이를 위해 ‘스마트 피트니스 케어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는데요. 신체 부위별 운동 범위와 근력, 안정성, 자세 균형 등을 정교하게 측정해 신체 변화 리포트로 제공해요. 또 프로그램이 끝나도 가정에서 휠체어 운동을 계속하도록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맞춤 운동도 안내해요.


함께 운동하며 더 건강하고, 더 밝아진 아이들
이렇게 새로워진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① 먼저,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아이들의 운동 지속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어요. 2024년 총 88명의 아동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요. 솔루션 최적화 이전 28%에 불과했던 지속 참여율이 88%로 무려 3배 이상 높아졌어요. ‘프로그램이 끝나도 계속 운동하고 싶다’는 응답도 82%에 달했고요.

② 유의미한 신체 변화도 확인했어요. 프로그램 참여 전후로 어깨, 팔 등의 움직임 범위가 37% 향상되고 상체 근력이 43% 향상되었는데요.
이 데이터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안 와닿으실 것 같아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공을 위로 드는 동작이 어려웠는데, 움직임 범위가 넓어져서 공을 위 힘 있게 던질 수 있게’ 됐고요. ‘전에는 혼자 책가방을 들지 못하던 아이가 상체에 힘이 생기니 스스로 책가방을 들 수 있게’ 됐어요.

③ 무엇보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반응도 뜨거웠어요.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 참여자 서지○ 아동 어머니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 참여자 양재○ 아동 어머니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아동 맞춤의 휠체어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까지 거쳐 온 치열한 고민과 시도의 여정을 살펴봤는데요. 앞으로의 여정도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