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감각을 깨워주는 장난감

점자는 올록볼록한 6개 점이 한 묶음으로 이루어진 특수 문자예요. 주로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 끝 부분의 감각을 사용해 읽죠. 우리가 가장 쉽게 점자를 접하는 곳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여러 버튼들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여러분이 직접 버튼 위 점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두면 몇 개의 점이 있는지, 어떤 점이 올록볼록한 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나요?

점자에 대한 설명을 담은 영상, 행복나눔재단 ‘스튜디오 어떤’ 유튜브 채널

시각장애인도 점자를 자연스럽게 읽는 게 어려워요. 점자를 잘 읽을 때까지 수도 없이 계속 연습해야 하죠. R&D Lab은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점자를 읽는 게 왜 어려운 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봤어요.

점자 읽기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촉각 인지 단계라고 해요. 누구나 점자의 모양을 외우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으나, 그 다음이 어렵다고 해요. 그런데 R&D Lab에서 그 이유를 더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 문제가 얽혀있었어요.

먼저 촉각 인지를 연습하는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손가락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며, 문지르지 않아야 해요. 또한 종이 표면을 가볍게 누른 채 스치면서 읽어야 하죠. 하지만 처음 점자를 읽을 때에는 점자를 스치면서 읽기 어려우니, 점자를 계속 문지르게 돼요. 이러면, 점자 모양은 알 수 있겠지만 읽는 속도를 늘리기는 어려워요.

그 다음 문제는 촉각 인지를 연습할 도구가 없는 것이었어요. R&D Lab에서 촉각 인지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가 있는지 찾아보니 이미 존재하고 있긴 했어요. 촉각 인지는 어릴 때부터 연습해야 그 효과가 좋은데요. 하지만 기존의 촉각 인지 강화 도구들은 어린 아이가 반복 연습하기엔 매우 지루했어요. 또, 도구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고요.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는 것에 비하면 안타까운 상황인 거죠. R&D Lab은 지루한 촉각 인지 강화 과정을 도와줄 재미있는 교구가 없는 문제에 주목했어요.

*Last Mile: 소셜섹터의 성장 덕분에 우리 사회는 많은 사회문제 솔루션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런 솔루션들이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에게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작은 간극들(Last Mile)이 남아있습니다. 행복나눔재단은 이러한 간극(Last Mile)을 찾고, 이를 메우는 사업모델을 만듭니다.

Last Mile 개선점

1. 재미있게 만들자

R&D Lab에서는 재미있는 촉각 인지 연습 장난감을 만들고자 했어요. 촉각 인지는 반복 연습이 필요한데 이 연습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장난감을 만드는 거죠. 한글을 배울 때 사용되는 교구들을 살펴보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보였는데요. 1)직접 선택할 수 있는 문제 카드2)행동에 대한 즉각 보상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덕분에 아이들은 미션을 받고, 본인의 행동에 대한 반응과 보상을 받으며, 놀이하듯이 한글을 배우고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세운 기록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했어요. 왜냐하면 자신의 기록과 경쟁하는 즐거움은 지속적으로 학습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에요.

2. 빠르게 개발하자

아주 새로운 개념의 장난감이었기에 빠르게 만들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R&D Lab은 기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존의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활용해 장난감 위에 올려진 점자 문제 카드의 답을 입력하는 장난감을 만들고자 했어요. 장난감의 설계부터 제품 사용설명서까지 직접 기획하고 제작했죠.

*RFID : RFID는 주파수를 이용해 ID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일명 전자태그로 불린다. RFID 기술이란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하며, 전자기 유도 방식으로 통신한다.

그 결과, 촉각 인지 강화만을 위한 학습 장난감 ‘슬라이닷(Slidot)’이 만들어졌어요. 슬라이닷은 RFID칩이 부착된 점자 카드 인식 패드와 문제를 읽어주는 스피커, 그리고 문제의 정답을 입력하는 점자 입력 키보드 기능으로 구성된 장난감이에요.

R&D Lab이 시제품을 제작해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제공해 보니, 대부분 처음 본 점자 학습 장난감을 신기해 하면서 이리저리 만져봤어요. 처음에는 15분 정도 집중해서 문제를 풀 것이라 예상했지만 30분 이상 스스로 즐겁게 문제를 풀면서 노는 아이도 있었어요. R&D Lab은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도출된 개선점을 기반으로, 슬라이닷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에요.

슬라이닷의 세부 개발 과정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점자 학습 장난감(Slidot) 개발 프로젝트’ 임팩트 텔링 리포트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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