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과 운동센터의 거리, 300km

운동을 해야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이는 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에요. 운동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운동을 연구하는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의 정고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몸에 맞는 좋은 휠체어가 있어도 그 휠체어를 밀고 다닐 힘이 없으면, 집안에 머무르게 되고, 이는 다시 체력 저하로 이어져 삶의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죠.”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정고운 대표 (2021년 행복나눔재단 SIT 컨퍼런스 중에서)

즉, 장애인에게 운동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과 직결되는 활동인 것이죠.

운동하고 싶어도, 운동할 곳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인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에요. 심지어 한 휠체어 사용자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 서울에서, 무장애 헬스케어 센터 ‘어댑핏’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고 해요. 체육관, 헬스장, PT샵, 필라테스 등 길을 걷다 보면 보이는 수 많은 운동 시설. 이중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왜 없을까요?

R&D Lab은 운동 시설을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며 문제를 더 자세히 알아봤어요. 재활센터부터 장애인 체육시설, 일반 운동센터까지 다양한 시설이 있긴 하지만, 장애인에게 필요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는데요.

재활센터

재활은 장애인에게 익숙하고 중요한 신체활동이지만, 시설까지의 거리나 비용, 대기시간 등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일상에서 손쉽게 접근하기 어려워요. 또한 재활은 회복과 치료에 초점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움직여 근력을 기르는 생활 운동과는 다소 차이가 있죠.

장애인 체육시설

장애인 복지관의 체력단련실,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취급 기관 등 전용 체육시설도 있어요. 서울에도 34여곳 정도 되는 걸로 파악되는데요. 하지만 몇 군데에 문의해본 결과, 장애인들이 꾸준히 이용하는 시설은 없었어요. 노후화된 시설, 전문 트레이너 부족, 짧은 운영 시간 등이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였어요.

일반 운동센터

장애인도 일반 운동센터(헬스장,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운동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많은 운동센터가 휠체어를 위한 진입로나 여유 공간, 운동 기구, 장애 전문 트레이너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인 고객을 받지 않아요. 위험하다고 등록을 거부하거나,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회비를 요구하기도 해요.

그 누구보다 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운동할 곳이 없는 장애인들은 시설을 찾아 멀리 이사를 가거나, 운동을 아예 포기하기에 이르러요.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운동을 할 곳이 없는 것. 이것이 문제의 Last Mile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장애인도 집 근처 일반 운동센터에서 운동하는 걸 거예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고객에게 어떤 환경과 운동이 필요한지,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필요가 있겠지요. 이에, R&D Lab은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와 함께 장애인 PT 스튜디오를 운영해보며 모델을 개발해보기로 했어요. 스튜디오가 성공해 어느 정도 모델이 정립되면, 다른 운동센터들도 관심을 갖고 시도해보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죠.

*Last Mile: 소셜섹터의 성장 덕분에 우리 사회는 많은 사회문제 솔루션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런 솔루션들이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에게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작은 간극들(Last Mile)이 남아있습니다. 행복나눔재단은 이러한 간극(Last Mile)을 찾고, 이를 메우는 사업모델을 만듭니다.

장애인 PT 스튜디오 개발 포인트

1. 배리어프리 운동 공간을 만들자

휠체어 운동 공간을 위해, 운동기구가 빽빽하게 들어선 GYM보다는 개인 운동 공간이 확보된 PT 전문 스튜디오를 참고했어요. 공간을 여러 개의 모듈로 나누고 이동형 장비와 소도구를 비치해, 누구나 맞춤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또한 장애인 고객이 사소한 데서 이질감을 느끼거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스튜디오 입구부터 안내데스크, 라커 등 디테일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어요.

2.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 커리큘럼을 만들자

공간이 있으면 그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이 있어야겠죠. R&D Lab과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크로스핏, 그룹 운동과 더불어 차별화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요. 기립보조기를 활용한 근력 트레이닝 ‘그래비티(Gravity)*’와,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트레이닝 ‘인피니티(Infinity)**’가 그것이에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맞춤 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그래비티(Gravity) : 기립보조기와 소도구, 매트 등을 활용해 바른 자세 유지와 생활에 필요한 필수 근력을 키우는 트레이닝
**인피니티(Infinity) : 모션센싱과 저항 풀리 시스템을 활용해 근력을 평가하고 밸런스를 키우는 정밀 트레이닝

3. 맞춤 운동 서비스를 제공하자

고객 개개인에 맞는 운동을 제공하기 위해 ‘어댑피팅(Adapfiting)’도 개발했어요. 체형/자세/신체기능 등을 평가해 맞춤 운동을 제안하고, 이러한 내용을 리포트 형태로 기록해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이렇게 운동 히스토리를 남김으로써, 우리 스튜디오에서 운동하던 고객이 나중에는 집 앞 일반 운동센터에서도 운동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무장애 헬스케어센터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이 만들어졌어요. 2022년 12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오픈한 스튜디오는, 장애에 관계없이 다양한 고객이 찾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답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운동은 있다”는 모토 아래, 최적의 장애인 PT 모델을 만들기 위한 R&D Lab의 실험은 계속될 예정이에요.

R&D Lab의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의 개발 과정을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임팩트 텔링 리포트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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