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학생들은 점자 문제집으로 공부를 해요. 그런데 이 점자 문제집을 구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학교 수업 진도보다 늦게 오거나 그마저도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없어 시각장애 학생들은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점자 문제집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
1. 점역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점자 문제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묵자(눈으로 읽는 글자)로 된 문제집을 점자로 번역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려요. 시각장애 학생은 보통 출판된 문제집 중 원하는 걸 골라 특수교육원이나 복지관에 점역을 요청해요. 그런데 요청 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5.1개월 정도 걸려요. 방학 때 신청해도 새학기가 훨씬 지나고 받는 거죠.
2. 신청할 수 있는 문제집 수량이 적다
점역을 요청할 수 있는 문제집 수량도 한정되어 있어요. 특수교육원에서 시각장애 학생 한 명 당 지원하는 점역 문제집 권 수는 매년 6권이에요. 한 학기 사용하기에도 매우 적은 양이죠. 개인적으로 제작하려면 권 당 2~5백만 원이 들기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어요. 비시각장애 학생이 2만원 수준의 문제집을 마음껏 고르고 구매할 수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큰 차이죠.
3. 이미 만들어진 점자 문제집도 구하기 어렵다
새로운 문제집을 빠르게 많이 점역하는 게 어렵다면, 작년에 나온 문제집을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물론 당해년도 문제집이 가장 좋겠지만, 교육과정이 매년 바뀌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작년 문제집도 아쉬운대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각장애 학생들은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해요. 어느 기관에서 언제, 어떤 문제집을 점역했는지 알 수 없고 설령 알아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더 구체적으로는, 전체 점자 문제집 중 70%를 차지하는 특수교육원 제작 문제집은 ‘에듀에이블’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복지관 제작 문제집에 대한 정보는 알기 어려워요.
기술이 발전하거나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앞에 두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세 번째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 같았죠. 그래서 R&D Lab은 남아있는 문제를 흩어져 있는 정보와 어려운 검색환경이라고 보고 <점자 문제집 검색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점자 문제집 정보 사이트
R&D Lab이 생각한 솔루션은 시각장애 학습 정보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앞서 리서치&분석 단계에서 가졌던 우리의 문제의식을 반영해서요.
흩어진 정보를 모으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흩어져 있는 점역 문제집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어요. 시각장애 관련 기관에 일일이 연락해본 결과, 문제집을 점역하는 기관이 특수교육원을 포함해 7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들 기관에서 제작한 점자 문제집 정보를 모으니 약 2,000건 정도가 되었고요. 이 정보는 지금도 새롭게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검색하기 쉽게 만들자
정보를 모았으니 이제는 사이트를 제작할 차례인데요. 이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쉽고 편리한 검색 환경이었어요. 특히, 시각장애인이 인터넷을 이용할 때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정보를 확인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음성으로 읽기 편한게 사이트 구조를 굉장히 단순하게 구성했어요. 또 자료에 학년, 과목 등 세부 정보를 기입해 필터링이 용이하게 했죠.

쉽고 빠르게 찾게 된 점자 문제집
2021년 8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점자 문제집 사이트 ‘에듀모아‘가 오픈했어요! 에듀모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및 정보는 약 5천 건이며, R&D Lab에서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어요.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자료를 찾아보는 시각장애 학생은 전국에 120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에듀모아 방문자 수가 월 630명(2023년 3월 기준)이니, 꽤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실제 시각장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고 있어요.
실제 에듀모아 사이트 사용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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