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를 찾는 가장 빠른 길

시각장애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교재를 구하기 어려워요.
시각장애 학생은 점자로 번역된(이하 ‘점역’) 교재를 통해 공부를 해요. 그런데 이 점역 교재 중에서도 특히 문제집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해요.

점역 교재를 주제로 다룬 행복나눔재단 ‘스튜디오 어떤’의 영상 자료

점역된 문제집을 구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들

1) 먼저, 묵자(눈으로 읽는 글자) 문제집을 점역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죠. 시각장애 학생은 발행된 묵자 문제집을 특수교육원이나 복지관에 점역을 요청해야 하는데요. 요청한 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5.1개월 정도 걸려요.

2) 이러한 점역을 요청할 수 있는 문제집 수량도 한정되어 있어요. 특수교육원에서 시각장애 학생 한 명 당 지원하는 점역 문제집 권 수는 매년 6권이에요. 비시각장애 학생이 새학기 문제집을 원할 때 바로 살 수 있고, 다양한 과목의 문제집으로 마음껏 공부하는 걸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죠.

행복나눔재단 R&D Lab 에서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인터뷰 하면서 이 문제를 구조화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봤죠. 새롭게 나온 문제집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점역하는 게 어려우니, 작년에 누군가 요청해서 이미 점역된 문제집을 사용하면 어떨지에 대해서요.

급한대로, 이미 점역된 문제집을 구해서 공부하면 어떨까요?

물론 당해년도 책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당장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전의 책으로 공부하는 것도 아쉬운대로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교육과정이 해마다 크게 변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R&D Lab은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이미 점역된 문제집으로 공부하면 어떨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 시각장애 학생은 어느 기관에서 어떤 문제집을 점역했는지 알기 어렵고, 알게 되더라도 구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점역 문제집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의 Last Mile
*Last Mile: 소셜섹터의 성장 덕분에 우리 사회는 많은 사회문제 솔루션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런 솔루션들이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에게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작은 간극들(Last Mile)이 남아있습니다. 행복나눔재단은 이러한 간극(Last Mile)을 찾고, 이를 메우는 사업모델을 만듭니다.

R&D Lab은 이 문제의 Last Mile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점역 문제집 정보’와 ‘사실상 이용이 어려운 검색환경’임을 발견했어요. 다시 말해, 이미 점역된 문제집을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없고, 각 기관별로도 검색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Last Mile을 개선하는 ‘점역 학습 자료 검색 환경 개선 프로젝트’가 만들어졌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흩어져 있는 점역 문제집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어요. R&D Lab에서 국내 점역 문제집 정보를 모아봤더니, 약 2,000건 정도가 되었어요. 이 정보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점역 문제집 자료는 새롭게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또, 위의 정보를 탑재할 웹사이트를 구성했는데요. 시각장애인 분들이 웹사이트를 사용할 때 주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들어 정보를 확인하는데, 이런 사용 환경에서 가장 편리한 사이트를 만들고자 했어요. 이에, 페이지 구조를 단순화하고, 들어야 할 내용을 최소화해 정보를 구성하고자 했어요.

다양한 고민 끝에,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학습 정보 사이트 ‘에듀모아‘를 만들었어요.
R&D Lab에서 고민했던 생생한 흔적이 담겨 있는 홈페이지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방문해보세요.

2021년 8월 오픈 이후, 에듀모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및 정보는 약 5천 건이며, R&D Lab에서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어요. 또한,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자료를 찾아보는 시각장애 학생이 전국에 120명 정도라고 가정할 수 있는데, 에듀모아의 월 방문자는 630명(2023년 3월 기준)에 달하는데요. 시각장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고 있어요. 

“검색하는 기능이 되게 편한 것 같아요. 바로 찾을 수 있으니까. 또 검색을 굳이 안해도 학년 선택하고 과목 선택하고 하면 해당 목록들이 쭉 나오니까 편하네요”
“너무 잘 되어 있네요. 어디에 뭐가 어디있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한 번에 볼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좋네요.”
“안 그래도 오늘도 필요한 자료를 찾다가, 여기저기 들어가서 보고, ‘아 없는 것 같다, 복지관에 전화 한 번 해봐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검색하니까 전에 제가 찾았던 책이 딱 나오네요”
“이렇게 되면 아이 혼자 자료를 찾을 수 있겠네요. 사이트가 이렇게 되어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 에듀모아 사이트 사용자 후기

더 자세한 프로젝트 개발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임팩트 텔링 리포트도 확인해보세요.

다음
솔루션도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