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재단 R&D Lab에서는 시각장애 학습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솔루션을 최적화하고자, 당사자와 꾸준히 소통하며 변화를 관찰하는 점자학습그룹을 운영하고 있어요.
“시각장애 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공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21년부터 점자학습그룹을 대상으로 1:1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점자학습그룹 1기 학생들과는 지난 4년간 꾸준히 만나면서, 시각장애 학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여러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 임팩트텔링 리포트에서 자세히 보기]

그리고 2025년, 점자학습그룹 2기와 함께하는 튜터링의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7명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7명의 대학생 튜터,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가 뭉쳤어요. 시각장애 학습의 어려움을 몸소 겪었던 지난 1년. 오늘 노트에서는 그 여정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 봤어요.
그래서, 튜터링이 왜 필요한가요?
입시와 진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고등학교 1학년. 공부해야 할 내용은 많고, 성적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교육뿐만 아니라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사교육을 동원해 학습에 필요한 도움을 받기 시작하죠.
하지만 시각장애 학생에게 사교육의 문턱은 높습니다. 시각장애 특성을 이해하는 사교육 강사나 학원이 드물고, 그런 곳을 찾더라도 높은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보호자가 가정에서 도우려고 해도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가르친 경험이 없어 학습의 빈틈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튜터링 사업을 운영하는 지원 기관이 있지만 대기자가 많아 제때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려워요.
R&D Lab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짧은 인터뷰만으로 모든 요소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짧은 인터뷰에서는 이번 중간고사 점수가 어땠고, 무엇이 어려웠는지, 또 평소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과목이 특히 자신 없는지··· 모든 정보를 속속들이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튜터링을 장기간 진행하면서 친밀하고 신뢰 있는 관계를 쌓은 후,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좀 더 자연스럽게 조사해 보기로 했어요. 실제로 튜터링 덕분에 학습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발견하고, 여러 솔루션을 빠르게 시도하며 최적화해 나갈 수 있었죠.

물론 학생들에게 필요한 요소를 찾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튜터링의 가장 중요한 목표일 텐데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튜터링 프로그램 자체를 최적화하는 과정부터가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2기 튜터링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발견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드릴게요.
공부를 합시다
점자학습그룹 2기는 시각장애가 있는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대학 진학을 고려 중이거나 교과 학습에 열의가 있는 학생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전국 맹학교와 커뮤니티 홍보를 통해 총 7명의 고등학생을 모집하고, 시각장애인 교육봉사 동아리와 협력해 대학생 튜터를 매칭했어요. 시각장애 학생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거나, 본인이 시각장애가 있는 튜터 등 총 7명의 튜터를 선발해 1:1 멘토링을 시작하게 됐어요.
멘토링은 학생이 원하는 과목 1개를 대상으로, 주 1회 2시간씩 진행했어요. 모든 튜터링은 비대면 화상 수업으로,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에 상관없이 수업할 수 있게 했어요.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과외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행복나눔재단 튜터링은 매 수업마다 학습 관련 지표를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에요. 튜터는 학생의 하루 평균 학습 시간, 점자 기기를 학습에 사용하는 시간 등을 묻고 이를 일지로 기록해야 하는데요.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튜터링 일지를 통해 필요한 학습 자원을 살피고, 학습의 어려움과 관련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었어요.

튜터링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1기 운영을 통해 이미 체득한 문제도 있었고, 운영을 거듭하면서 새롭게 직면한 문제도 있었어요. 크게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었는데요.
문제 1. ‘교과서’가 있으니 된다는 착각
→ 점자 파일에 접근하는 것부터 학습의 시작!
공부할 결심을 했다면 서점에 가서 어떤 문제집이 있는지 구경도 하고, 내게 맞는 문제집이 무엇일지 궁리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필요하겠죠. 하지만 교재나 모의고사 문제를 점자 형태로 구하는 건, 비장애 학생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예요.
튜터링에서는 이미 점역된 교재를 검색하고 다운로드하는 방법부터 지도했어요. 학생이 직접 에듀모아(시각장애인 학습자료 사이트)나 에듀에이블에 자료를 검색해 보고 문제집을 선택하도록, 튜터가 길잡이가 되어주는 거죠. 만약 원하는 자료가 없을 때는 학생이 직접 복지관 등에 제작을 의뢰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점역된 교재가 없는 경우에는 튜터가 교재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어요. 튜터에게 시각장애 학생이 읽기 쉽도록 학습 자료를 제작하는 법을 함께 안내했죠.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 처음에는 수고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음성만으로 모든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시각장애 튜터링의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효율적인 강의가 가능하기도 했어요.
시각장애 학생이 읽기 쉬운 자료는?
① PDF 대신 한글 파일(hwp, docx, txt 등) 형태로 제작한다.
② 한소네에서 읽을 수 없는 기호나 서식은 삭제한다.
③ 이미지, 도표, 그래프 등 시각 자료는 사용하지 않고, 모든 정보는 서술형으로 대체한다.
④ 자료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목차를 포함한다.
⑤ 파일 제목은 명확하게 작성한다. (예: [과목]_단원명_자료명)
이렇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했지만,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이미 점역된 교재가 있으니 다운로드하는 방법만 익히면 될 것 같았지만, 사이트에 가입하는 과정부터 난항을 겪기도 한 거예요.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재학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일련의 행정적 절차는 학생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어요. 보호자마저 제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교재를 마련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었죠.
문제 2. 우리 정말 같은 페이지에 있을까?
→ 학생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튜터링 수업이 무사히 시작되었지만, 정말로 수업이 잘 이루어지는지는 또 다른 과제로 다가왔어요. 가장 큰 난관은 튜터가 설명하는 내용을 학생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학생이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서툴러 카메라가 천장이나 다른 곳을 비출 때도 잦았고,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어색하고 불편해 음성만으로 진행하고 싶어 하기도 했거든요. 또, 학생이 튜터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지금 진도와 맞지 않는 엉뚱한 곳을 짚고 있지는 않은지 살필 수 없어 막막함을 느끼고는 했어요.
이럴 때는 학생이 직접 자신의 진도와 이해한 내용을 입으로 소리 내 말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읽고 이해한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거나, 튜터가 질문하면 답하도록 하는 거죠. 일부러 틀린 설명을 하고, 설명에서 오류를 잡아내도록 할 수도 있어요. 직접 문제를 풀고, 왜 그렇게 풀었는지 근거와 함께 설명하는 것도 좋아요. 튜터는 학생의 이해 수준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학생은 튜터의 설명을 듣고만 있는 게 아니라 이해한 내용을 곱씹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어요.
이는 점자학습그룹 1기를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1기 튜터 그룹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로 마련한 행복나눔재단 튜터링의 방식이에요. 여기에 맹학교 선생님, 유관기관 담당자, 시각장애 학생 봉사 동아리 등 면담 조사를 거쳐 튜터링 수업을 위한 가이드를 제작했죠. 튜터링 시작 전 튜터 교육에서 가이드를 전달하고,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가이드를 기반으로 대응 방안을 안내드렸어요. 튜터에게도 시각장애 학생과의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법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문제 3. 진짜 출발선을 찾아서
→ 기초 점자 문해력, 학습 습관 등 ‘공부할 준비’가 필요하다!
수업을 거듭하면서 튜터들은 또다른 과제를 발견하게 됐어요. 기초 점자 문해력이나 기초 교과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교과에 맞는 진도를 나가기가 어렵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영어 약자를 읽는 속도가 느려 본문 독해가 불가능하거나, 중학교 수준의 사회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그 이상의 지식을 전달할 수가 없는 상황이 생겼어요. 일반 학교 진도를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했다가, 맹학교와 진도가 맞지 않아 계획을 수정하는 일도 있었고요. 튜터들은 학생들의 ‘진짜 출발선’을 파악하고, 지금 실력에 맞는 수업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또, 공부하는 습관이나 시간 관리가 부족한 점도 튜터링의 큰 장벽이었어요. 휴대폰 사용이 익숙지 않아 튜터의 연락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수업 직전에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학생이 게으르거나 불성실하다기보다는,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어요. 학생들도 자신의 일정을 잘 관리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충분히 연습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중요한 건, 튜터가 ‘시각장애’를 알아가는 것
튜터링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모두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전달됩니다. 매번 제출하는 일지를 통해 확인하거나, 때로는 전화 통화를 하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세히 살펴요.
지난 프로젝트들을 통해 다양한 학습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기도 하고, 사전 교육이나 가이드로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수업 현장에서 매 순간 튜터가 느끼는 막막함과 당황스러움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난 튜터링을 돌아보면, 튜터가 ‘시각장애’라는 조건을 이해할 때 많은 어려움이 해소된다고 생각해요. 튜터링 가이드에 따라 시각장애 학생이 가진 특성과 조건에 맞춰 수업을 구성해 보면서 학생을 이해하게 되고, 꼭 맞는 학습 방법을 찾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수업을 지속하다 보면 처음에는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던 학생도 점차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도 하고,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나서서 찾아보는 변화를 발견하곤 합니다. 이렇게 학생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걷는 법을 터득한 튜터들은, 이후 다른 시각장애 학생들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반가운 변화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모든 학생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생의 수준이나 환경, 관계 형성 정도에 따라 변화의 모습과 속도는 제각각이었죠. 그중 눈에 띄었던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를 소개한다면,
첫째,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는 듯 보여 튜터의 우려를 샀던 A 학생은, 점차 궁금한 점이 생기면 그냥 넘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또, 예전에는 튜터가 질문을 던지면 다시 설명해 달라며 한 번에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즉각적으로 대답하기도 하고요.
둘째, 학습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B 학생은 튜터링 덕분에 에듀에이블에 회원가입을 했고, 직접 자료를 다운로드받는 방법을 배웠어요. 주로 한소네를 익숙하게 사용하던 C 학생은 스마트폰 사용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요. 튜터에게 유튜브나 카카오톡 사용법을 물어보기도 하며, 디지털 환경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셋째,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시도했어요.
D 학생은 학교 수업을 잘 듣기는 하지만 방과 후에 혼자 예·복습한다는 개념이 없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튜터링을 하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암기를 싫어하던 E 학생을 위해 튜터는 수업 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퀴즈로 만들었는데요. 퀴즈에 재미를 붙인 E는 암기할 내용을 AI를 활용해 노래로 만들어 보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여 주었어요.
한편, 대학생 튜터들은 단순한 교과 선생님을 넘어, 학생들의 멘토이자 선배로서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는 역할도 해주었어요. 특히 시각장애인 튜터와 만난 학생 F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선배에게 관심을 보이며 먼저 질문도 던지고, 자연스럽게 수업 태도 또한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쉬는 시간에는 함께 대학교 정보를 찾아보고 입시 고민을 나누기도 했죠. 이처럼 튜터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1:1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학습에 필요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페이지를 넘기며
2026년 2월, 점자학습그룹 2기와 튜터들은 36주간의 튜터링을 마무리하고 겨울방학을 맞이했어요. 지금은 학생과 튜터의 소회를 듣고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며, 다음 튜터링을 위한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있답니다.
튜터링 최적화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한계는 점역된 학습 자료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튜터들의 도움으로 필요한 학습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또 학생들이 학습 자료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지만요. 특히 수학 과목은 도형이나 그래프가 많은데, 촉각 자료가 부족해 튜터링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오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또, 비대면 수업의 한계도 있었는데요. 비대면 만남에 아쉬움을 느끼는 튜터가 있다면 대면 수업을 지원해 보기도 했어요. 여름방학을 이용해 튜터가 학생의 집에 직접 찾아가 학생의 실제 학습 환경과 공부 태도, 습관 등을 자세히 살피며 친밀한 관계를 쌓아보기도 했죠. 그럼에도 비대면 수업이었기에, 더 많은 학생이 튜터와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해요.

학생들과도 직접 만나면서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어요.
R&D Lab에서는 앞으로도 점자학습그룹 튜터링을 이어 나가며 교수법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쌓아갈 거예요. 튜터가 단순히 교과목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 환경 설계자’로서, 시각장애 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학습 자원과 방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요. 이를 통해 시각장애라는 조건을 어려워하지 않는 선생님이 더 많아진다면 좋겠습니다.
시각장애 학생이 누군가 옆에 있어야만 공부할 수 있는 상태를 넘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수업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