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재단에는 5월, 12월, 매년 두 번 전체 구성원이 모이는 워크숍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12월 워크숍은 한 해가 마무리되는 연말에 이루어지는 만큼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워크숍까지 끝나야 ‘올해도 잘 마무리 되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2023년 연말 워크숍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디자인으로 더욱 기억에 남는 행사였는데요. 연말 워크숍을 가장 가까이서 준비한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오늘의 인터뷰이(Interviewee)
• 장민지 인사&조직문화 매니저
• 박익찬 브랜딩&디자인 매니저
장민지 안녕하세요! 행복나눔재단에서 인사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HR 매니저 장민지입니다.
박익찬 행복나눔재단의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딩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박익찬입니다. 반갑습니다!
워크숍 왜 해요? 뭐 해요?
Q. 요즘 전직원이 모여 워크숍을 하는 곳이 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매년 워크숍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장민지 워크숍 얘기를 하기 위해선 재단의 조직문화를 언급하고 가야 할 것 같아요. 2019년부터 재단의 사업 방향이 대규모 사업에서 작고 뾰족한 사업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데요. 사회문제를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하게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조직도 더 유연하게 바꿔나가고, 구성원 한명 한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모델을 기획·실행하는 역량도 중요해졌어요.
50여 명의 재단 구성원들이 이런 새로운 조직문화 속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HR의 과제였죠. 그래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재단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시간을 워크숍을 통해 마련하게 되었어요.
Q.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장민지 하나의 주제에 대해 6~7명이 한 팀이 되어 솔루션을 개발해보는 거에요. 예를 들면, 장애와 같은 사회문제나 재단이 최근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누고 해결 방법을 도출해보는 거죠.
2023년 연말에는 행복나눔재단 브랜드 홍보가 주제였어요. 기존에 해오던 홍보 방식으로는 작고 뾰족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재단의 고민과 과정을 다 담기 어렵기에, 이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또 각각의 프로젝트를 잘 알리기 위해서는 결국 구성원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감대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어요.
이 자리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는, 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하는 방식을 재단 전체가 공유한다는 의미가 커요. 그래서 다른 부서 분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상호 학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팀, 연차, 재단에서 일한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를 구성하고 토론해볼 거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에요.
또 마지막에는 팀별로 솔루션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이때 슬라이드 테마나 폰트를 하나로 제한하고 있어요. 구성원들이 디자인보다는 주제 자체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서요.
Q. ‘프로젝트’ 외에 또 어떤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장민지 12월 워크숍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만큼,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온 서로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해요. 그래서 2023년에는 사전에 구성원 분들께 사진과 영상을 제보 받아 ‘올해의 순간’을 선발해 소개했어요. 팀별로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보내주셔서 함께 보면서 많이 웃었어요. 또 숨겨왔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너에게 전하는 삼행시’와 ‘구성원이 뽑은 구성원’을 통해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도 만들었어요.
가장 준비를 많이 했던 프로그램은 깜짝 ‘Cheer up 영상’이었는데요. 리더가 팀원들에게, 팀원들이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영상으로 만들어 상영했어요. 이 프로그램 덕분에 훈훈하게 워크숍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컨셉이 빛나는 밤
Q. 2023년 워크숍 이름이 ‘별이 빛나는 밤’이었는데요.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장민지 그 전까지는 별도의 이름 없이 ‘5월 워크숍’, ‘12월 워크숍’ 이렇게 불렀어요. 이제 워크숍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던 때에 익찬 매니저님께서 컨셉을 제안해주셨죠.
박익찬 이 때 프로젝트 주제가 재단의 브랜드 홍보였어요. 많이 알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재단이 일하는 방식과 차별점을 재단만의 방식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제시해보는 자리였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별’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방향을 알려주잖아요. 또 ‘별’이나 ‘밤’ 같은 요소가 연말 분위기를 내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Q. 워크숍 곳곳에서 컨셉이 잘 느껴져서, 디자인적으로 많이 신경썼다고 느껴졌어요.
박익찬 이번 디자인은 제가 내부 구성원들을 대접하는 방법이었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 오는 외부 행사도 열심히 준비하는데, 내부 행사라고 ‘적당히’ 준비하면 구성원들도 진심으로 임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현수막이나 배너, 포스터, 프리젠테이션 등 전체 홍보물도 일관성 있게 하나의 테마로 제작했어요.
또, 나중에 사진이나 영상을 봤을 때 이번 워크숍의 컨셉과 분위기가 잘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나다니는 길목의 포스터나 책상 위의 미니 배너 등 카메라 렌즈가 닿는 디테일한 부분도 신경쓰려고 노력했어요.
Q. 디자인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박익찬 ‘별이 빛나는 밤’이니 별을 많이 넣어야 예쁘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별을 하나 만들어서 스크립트를 써서 랜덤으로 생성했는데, 모양이나 간격이 너무 랜덤하니까 자연스러운 느낌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메인 포스터, 조별 포스터 6개, 현수막, 배너 등 다양한 작업물에 들어가는 수많은 별의 각도와 위치를 하나 하나 적절하게 조정했어요.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밤 하늘이 나와서 좋았어요.
장민지 그런데 현장에서 막상 현수막을 걸어보니 어두워서 별이 잘 안 보이는 거에요. 부랴부랴 영상팀 조명을 빌려서 설치했던 기억이 나요. 임기응변이긴 했지만 조명 덕분에 한층 분위기 있게 연출된 것 같아요.
일하는 방식에 진심
Q. 워크숍에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장민지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는 재단이 일하는 방식을 느끼고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브랜드 홍보 얘기하는데 웬 일하는 방식을 얘기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일하는 방식이 조직문화가 되고, 좋은 조직문화는 더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 믿어요. 일하는 방식은 곧 우리의 아이덴티티이자 차별점이고, 결국 브랜드 홍보의 근간이 되는 것이죠.
박익찬 그래서 워크숍 포스터에도 일하는 방식을 녹여내려고 노력했어요. 재단을 나타내는 6개의 키워드를 뽑아서 포스터에 넣고 그 키워드와 연결된 숫자 퀴즈를 숨겨두었어요. 예를 들어 ‘유연한(flexible)’이라고 하면 유연근무제가 도입된 날짜(23.04.01)를 넣는 식이죠. 별자리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데, 구성원 분들이 포스터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장치가 되었던 것 같아요.
포스터 속 6가지 주요 키워드
• Last Mile 라스트 마일
• Experimental 실험적인
• Flexible 유연한
• Creative 창의적인
• Powerful 작고 강한
• Efficient 효율적인
Q. 굿즈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장민지 맞아요. 워크숍에 맞춰서 새 굿즈도 제작했는데, 바로 명함 트레이 블록이에요. 블록은 매뉴얼은 있지만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을 때 더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재단의 아이덴티티인 ‘창의성’을 잘 나타내는 굿즈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 중에서도 명함 트레이를 고른 건, 같이 제작한 ‘일하는 방식 메시지 카드’를 함께 올려둘 수 있기 때문이에요. 책상에 올려두고 보면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어요.
박익찬 메시지 카드도 함께 디자인했는데, 행복나눔재단에서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해야 했어요. 텍스트만 있으면 조금은 밋밋할 것 같아서, 일하는 방식을 4종의 캐릭터로 구현해 제작했는데요. 추상적인 개념을 형상화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며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이 캐릭터들은 재단의 일하는 방식을 외부에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런치세미나’ 로고를 디자인하며 제작해서, 런치세미나 브랜딩과 연계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에요.
Q. 마지막으로 소감을 여쭤보고 싶어요
박익찬 제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재밌겠다’ 이야기 해주시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셔서 저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고 동시에 좋은 결과물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행사가 끝난 후,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뿌듯함을 느꼈어요.
장민지 연말 워크샵이 끝나면 ‘올해도 잘 지나갔다’하면서 안도감이 들어요. 특히, 2023년은 재단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분위기가 좋아서 이런 특별한 워크숍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구성원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올해도 잘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