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파일은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체계적인 점자 학습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여섯 개의 점으로 만나는 세상> 1편에서는 프로젝트 시즌1의 솔루션 개발 과정과 현장 이야기를 전해 드렸는데요.
이번 노트에서는 시즌1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토대로 더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프로젝트 시즌2 이야기를 이어서 전해드릴게요.
프로젝트 시즌2의 새로운 시작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향상 프로젝트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는 점자 교육 과정이에요. 기존의 점자 교육은 공통 교육 과정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 각각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었는데요. 시즌2에서는 총 4단계로 교육 과정을 고도화하고 체계적인 눈높이 교육을 진행했어요. 또한,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는 ‘(0단계) 학습 사전 진단’ 과정도 추가했어요.

세상파일은 이러한 단계별 교육을 진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 바로 ‘일일 학습지’라고 생각했어요. 일일 학습지는 1)매일 꾸준한 2)적정량의 학습을 통해 3)아이에게 성취감을 제공하고 4)가정에서 아이와 부모님과 함께 학습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비장애 아동을 위한 일일 학습지는 빨간펜, 눈높이, 구몬 등 다양하고 폭넓게 존재하지만,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일일 학습지는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다년간 점자를 가르치신 특수학교 선생님, 세상파일 튜터, 시각장애 아동의 부모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국내 최초의 점자 일일 학습지를 개발하기로 했어요.

이때, 무엇보다도 시각장애 아이들의 입장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했는데요. 그동안 봐왔던 점자 학습서들은 하나같이 두껍고 내용이 빼곡해서 어린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무겁고 압도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세상파일은 아이들이 점자를 놀이처럼 가볍게 배울 수 있도록 얇은 분량에, 스티커 붙이기나 만들기 등의 흥미 요소를 적극 결합해 일일 학습지를 만들기로 했어요. 또, 학습지를 보는 아이들이 대부분 유・초등 나이로, 아직 혼자서 학습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활용하기도 쉬워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고려했고요.
그동안 없었던 솔루션을 개발하다 보니, 1) 점자에 대한 전문성 2) 유・초등 아이들의 특수성 3) 학습의 목적성까지 3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것이기에 한 번에 다 완벽하게 개발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부를 만들고 – 현장에 적용하고 – 평가하고 –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학습지 내용 중 ‘제시된 지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내용을 이해해, 관련 문제를 푸는’ 이해력 향상 문항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관찰하니, 제시된 지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는 딱딱하고 식상한 내용이더라고요. 결국, 기존의 내용을 완전히 갈아엎고,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내용으로 제시 지문을 모두 변경했어요. 이런 식의 시행착오와 변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졌죠.

(실제 대화 내용을 보기 좋게 재구성했어요.)
국내 최초의 점자 일일 학습지, 점프(Jump)
이렇게 탄생한 세상파일 점자 일일 학습지 점프(Jump)는 기초-기본-유창성-이해력 등 4개 과정으로 구성된 총 200단계의 일일 학습지예요.

① 각 단계 학습지는 하루 15분간 풀 수 있는 부담 없는 분량(하루 6~8쪽)으로 매일 꾸준하게 할 수 있어요.

② 점자가 표기된 학생용과 묵자(일반 글자)가 병행 표기된 부모용으로 구성해 가정에서 아동과 부모가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했어요.


③ 학습 페이지는 익히기 / 읽기 / 쓰기 / 놀이하기 총 4개 파트로 점자를 익히고 암기한 뒤, 다양한 놀이를 통해 심화 복습까지 이어지는데요.
④ 단계 중간중간마다 학습 진단 테스트인 ‘점프하기’를 통해,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점검하고 확인해요.
⑤ 작은 핸드북 형태의 낱말 카드와 점자 스티커를 함께 구성해 학습지에 나오는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요.

실제 점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될까?
점자 교육은 튜터와의 주 1회 1:1 가정방문 수업을 통해 진행돼요. 점프 일일 학습지와 기존 점자 학습 솔루션인 점자 동화책, 버사슬레이트(점자 쓰기) 등을 함께 활용합니다. 수업은 회차별 90분 동안 이뤄지며, 지난 학습 내용을 점검하고 새로운 단계의 학습을 진행해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1:1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점프 일일 학습지로 매일 스스로 혹은 부모님과 함께 꾸준히 반복하면서 익히도록 지도하는 거예요.

한편,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기존에는 모든 수업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 19처럼 특수한 상황에는 대면 수업이 어려웠고, 튜터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1:1 수업 매칭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2에서는 온·오프라인 병행 교육을 시도했답니다.
물론, 아이들이 점자를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는 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촉지 훈련(손끝의 감각으로 점자의 튀어나온 점을 인지하는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해요. 하지만 점자 읽기와 쓰기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 유창성·이해력 학습 단계에서는 Zoom과 같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과 한소네(점자정보단말기)를 활용해 온라인 교육이 충분히 가능했어요.

아이들의 또다른 학습 파트너인 부모
아이들의 효과적인 점자 학습을 위해선 가정에서 부모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프로젝트 시즌2에서는 부모님의 점자 학습 참여를 독려하고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부모 점자 교육을 강화했어요. 부모님도 기초적인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도록 4회차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는데요. 참여한 부모님 전원이 점자로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시각장애 아동의 어머니
세상파일 점자 교육의 효과성을 확인하다
그렇다면 시즌 2의 점자 교육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먼저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점자 문해력 변화’를 확인해 봤는데요. 올해 교육에 참여한 시각장애 아동 10명의 평균 점자 문해력 수준이 68% 향상되고 점자 정자·약자와 숫자, 알파벳은 물론 짧은 문장을 읽고 쓰는 것까지 가능해졌어요. 또래 시각장애 아이들의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죠.

특히 점자를 읽는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는데요. 한 아동의 경우, 300자 분량의 글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교육 전 3분 50초에서 현재는 3분으로, 무려 22%가 단축됐어요. 시각장애인 어른이 점자 읽는 속도와 견줄만한 실력이랍니다.
시각장애 아동 D, 초등학교 3학년
시각장애 아동의 어머니
아직 더 가야 할 길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와 변화를 확인했지만 새롭게 고민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 또한 발견할 수 있었어요. 바로 아이들이 맞춤법을 어려워한다는 점이에요.
물론 비장애 아이들도 한글을 배우고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맞춤법을 많이 틀리면서 힘들어 하죠. 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거나 맞춤법 교육·교재들로 학습하며 실력을 늘릴 수 있어요.
반면, 시각장애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맞춤법 교정 교육이나 교재가 전혀 없는 상황이에요. 어렵게 점자를 배운다 해도 1) 점자로 읽을 수 있는 콘텐츠나 점자책이 아직은 다양하지 않고, 2) 특히, 음성 자료를 주로 접하다 보니, 소리가 나는 대로 읽고 쓰게 되기에(예시: 읽다 → 익다, 같이 → 가치, 웨하스 → 외하스) 맞춤법 오류가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수학교 초등 교사
그래서 세상파일은 아이들의 맞춤법 교정을 돕는 교육 과정과 교재를 추가로 개발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점자 문해력 평가 결과를 토대로,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맞춤법 교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점프 일일 학습지 또한 시각장애 아이들과 부모님, 튜터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최적화할 거예요. 또, 정성껏 개발한 학습지와 교재, 교구 등을 누구나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아카이빙 페이지를 구축하고, 구매도 가능하게 할 계획입니다. 좋은 솔루션을 만드는 것만큼 실제 아이들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지난 6년간의 과정을 소개해 드렸어요. 앞으로도 세상파일과 시각장애 아동이 함께하는 여정에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