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재단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에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의미는 ‘본업이 아닌 다른 활동’을 의미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딴짓’인 거죠. 그렇다면 행복나눔재단은 왜 ‘회사’에서 ‘딴짓’을 지원하고 있을까요?
깊고 뾰족하게
본격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행복나눔재단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짝 이야기해볼까 해요.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구성원 성장 프로그램이 사이드 프로젝트이거든요.
행복나눔재단은 2019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아요. 그전에는 행복도시락, SK대학생자원봉사단 Sunny, 행복얼라이언스 등 규모가 크고 외부와 협업하는 사업들이 중심이었는데요. 2019년부터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쪽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업 규모는 전에 비해 작아졌지만, 담당자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솔루션은 더 뾰족해졌죠. 사업 담당자는 기획부터 운영까지 직접 핸들링 해야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HR 담당자로서 많은 고민이 들었어요.
‘사업 내용과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면 필요한 역량과 경험도 달라질텐데, HR의 입장에서 어떤 것을 지원할 수 있을까?’
단순히 교육이나 강의를 들으며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지식을 전달 받는 방식보다는, 내가 ‘직접’ 해보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였답니다.

스스로 결정하는 힘
사이드 프로젝트는 재단 구성원들이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과 관련된 프로젝트나 캠페인, 콘텐츠 등을 자유롭게 만들어보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모두 책임지고, 직접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구성원 역량이 자연스럽게 개발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특히, 리더의 승인을 받거나 보고하지 않고 구성원 스스로가 ‘결정’을 내려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초기 기획부터 문제 정의, 전략 설정, 세부 계획 수립, 실행 그리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구성원이 직접 판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결정의 연속 사이에서 스스로 결정해보고 그에 따른 결과와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경험이 구성원의 자기주도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구성원 입장에서도, 꼭 자신이 하는 일이나 행복나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관련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사회문제를 직접 다루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검증과 심사 대신 기록과 공유
기획을 마치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어요.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업무 시간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100% 자율 참여라는 조건에 함께할 구성원이 있을까 싶었던 거죠.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 개설의 부담을 최대한 낮추었어요. 주제를 특정 사회문제로 제한하지도, 해결 가능한지 문제인지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지도, 어떤 임팩트를 낼 수 있는지 사전 심사도 하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요구했던 것은 ‘기록과 공유’였어요.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 내용을 노션에 상세하게 ‘기록’하게 했고, 과정이나 후기를 사내 메신저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도록 했어요.
접수 시작 110일 후, 드디어 첫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 <소음> 신청이 들어왔어요!
<소음>은 ‘버려지는 현수막도 업사이클링 하는데, 우리가 정성껏 만든 콘텐츠도 업사이클링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해를 거듭하며 소음의 방향성도 변화하여 지금은 재단 인근의 이주배경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소음>은 영화제 출품, 웹사이트 개설, 인스타그램 오픈, 오프라인 모임 기획 등 정말 바삐 활동했어요. 이런 <소음>의 활동과 수상 소식, 인사이트가 공유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는 진화 중
첫 해 1개에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다음 해에는 4개, 그리고 3년 차에는 무려 12개가 돌아가며 다채로운 시도들이 생겨났어요. 2024년에는 9개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모두 54명이 참여했어요. 재단 전체 인원이 50여명인 걸 생각하면, 대략 구성원 1명이 1개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구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
사이드 프로젝트 수 | 1개 | 4개 | 12개 | 9개 |
참여자 수 | 5명 | 22명 | 62명 | 54명 |
**사이드 프로젝트 중에는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도 장기에 걸쳐서 진행되는 것도 있어요.
***참여자 수는 일부 중복이 있을 수 있어요. 많게는 연간 4개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는 구성원도 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가 생겨났어요. 지금까지 행복나눔재단에서 진행된 사이드 프로젝트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보고 소개해볼게요!
사이트 프로젝트 유형
당사자 중심형 : 소음, 100일만 같이 살개, 사부작사부작
인사이트 공유형 : 영감, 콘텐츠로 보고 느끼는 사회문제, 1:1 랜덤 커피챗
구성원 참여형 : 행복줍깅, 취미흥신소, 썬데이파밍클럽
사업 연계형 : 함께 운동해요, 바루전달, 스톡
당사자 중심형
행복나눔재단 구성원 외에도 사회문제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앞서 소개한 <소음>이 있어요. 용산 지역 이주배경 학생 자립을 돕기 위한 소모임, 연극 공연, 콘텐츠 제작, 비자 사진관 등 4년째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중도입국청소년 비자 문제를 해결해 강제 추방을 막기도 했답니다.
<100일만 같이 살개>는 두 가지 사회문제를 연결해 임팩트를 내보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처음 1기는 유기견과 니트 청년들을, 그 다음 2기는 유기견과 고립·운둔 청년들을 연결해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발생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찾아가고 있어요.


인사이트 공유형
인사이트 공유형은 사회문제와 관련된 연극,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함께 보고 인사이트를 나누는 유형이에요. <영감>이나 <콘텐츠로 보고 느끼는 사회문제>가 대표적인 프로젝트에요. 기획자나 참여자가 정해져 있지 않고 적합한 콘텐츠가 있을 때 누구나 자유롭게 오픈하고 참여해요.
올해는 저도 사이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서 ‘The 8 Show’를 매주 1회씩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혼자 봤다면 마냥 자극적인 콘텐츠로만 느꼈을텐데, 동료들과 함께 보며 다양한 생각과 해석을 공유하다 보니 그 속에 숨겨진 사회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구성원 참여형
이 유형은 구성원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인 프로젝트에요.
작년에 3개월 동안 진행한 <행복 줍깅>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함께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에요. 우리 주변의 환경도 돌보고, 건강도 챙기고, 구성원들과 교류할 수 있는 1석 3조의 활동이었지요.
<썬파클(Sunday Farming Club)>은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프로젝트에요. 수확이나 토종작물 스터디 같은 특별한 날에는 다른 구성원을 초청하기도 하고, 수확한 작물을 구내식당에 기부해 전 구성원들과 나누어요.


사업 연계형
사업에서 미처 풀지 못한 과제를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해결해보는 유형이에요.
<스톡>은 시각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을 조금 더 들여다보기 위한 프로젝트에요. 재단에서는 시각장애 관련 프로젝트를 이미 여러 개 진행하고 있지만, 특정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식사를 해보면서 새로운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한 거죠.
<함께 운동하기>는 행복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PT 스튜디오 ‘어댑핏 스튜디오’의 연계 활동이에요. 어댑핏 스튜디오의 운동 프로그램을 경험해보고, ‘어댑핏 게임즈 2023’에 크루로 참여해 장애인과 함께 운동을 겨뤄보는 경험을 했어요.
실제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해본 구성원의 후기를 공유할게요.
김혜승 매니저
유승제 매니저
우리의 ‘사프’
2025년, 어느새 행복나눔재단의 사이드 프로젝트도 5년 차가 되었네요.
담당자로서 느꼈던 가장 큰 성과는 각자의 일하는 방식과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것이었어요. 재단은 한 명의 구성원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A부터 Z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협업보다는 혼자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팀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며 교류도 많아지고, 개인 혹은 팀에서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게 되었어요.
외부에 이 사이드 프로젝트 제도를 소개하면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답하죠.
‘저는 구성원을 믿고 자리만 깔아놨을 뿐, 구성원들이 다 알아서 하셨어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재단의 문화로 자리 잡고 다채로운 유형으로 성장한 것 모두 구성원 덕이라고 생각해요. 업무를 하다가 해결하고픈 문제가 있을 때, 관심 있는 사회문제 주제가 있을 때, 사이드 프로젝트를 떠올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주는 구성원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덕분에 이제 사이드 프로젝트는 저의 기획을 넘어 우리의 ‘사프’가 되었어요.
*사프 : 행복나눔재단 구성원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줄여서 ‘사프’라고 불러요. 실제 재단에서는 “오늘 점심에 사프 있어”, “어떤 어떤 사프 하고 계세요?”라는 대화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어요.
많은 구성원을 사이드 프로젝트의 세계로 이끈 <소음> 팀의 메시지를 나누면서 글을 마무리 해볼게요.
소음 팀
행복나눔재단의 조직문화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Happy Chat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