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재단에서는 장애인 PT 스튜디오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와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을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어요. 2023년에는 스튜디오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회 ‘어댑핏 게임즈(Adapfit Games)’를 시도해봤어요.
국내에서는 처음 열린 장애인 피트니스 대회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고, 특히 다양한 장애 유형의 회원들을 고려하면서도 고루하고 뻔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대회를 기획했던 담당자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어요.
오늘의 인터뷰이 (Interviewee)
• 유승제 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P.T.스튜디오 점장에 도전하고 있어요.
장애인을 위한 피트니스 대회
Q. ‘어댑핏 게임즈’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유승제 2023년 7월 대회를 기획할 당시 스튜디오에 등록된 장애인 회원들이 116명 정도 였는데요, 이 분들에게 ‘대회’라는 이벤트를 통해 동기부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하는 운동이라도 ‘바디프로필 찍기’, ‘마라톤 대회 출전’ 같은 목표나 이벤트가 생기면 더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대회를 직접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일반 크로스핏 대회에 출전하기로 하고 행사 주최 측과 논의가 오갔는데, 아무래도 비장애인이 다수인 대회이다 보니 장애인에 맞추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장애인을 위한 대회가 있으면 더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지 않을까?’ 얘기가 나왔고, 이왕 준비하던 거 직접 개최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Q.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피트니스 대회가 기존에 없었나요?
유승제 운동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벼운 레크리에이션이나 혹은 패럴림픽처럼 프로 선수들을 위한 경기는 있지만, 일상에서 운동을 즐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기는 거의 없어요. 국내가 아닌 해외 크로스핏 대회 중에는 장애인 리그가 있는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주로 절단 장애인이 중심이고, 뇌병변 장애인 같이 보행이 불안정하거나 척수 장애인처럼 하지 전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동작은 없었죠. (CrossFit Games 2024년 대회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동작이 새로 추가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어댑핏 게임즈>는 최초의 ‘Adapted fitness 대회’가 아닐까 생각해요. 다만, 저희는 경쟁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보다는 회원들에게 ‘도전해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장애인 회원 분들과 가족들, 재단 직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대회가 탄생하게 된 거죠.
콘텐츠와 공간, 핏하게
Q.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승제 2개월 정도 준비했던 것 같은데요. 일반적인 대회는 경기 동작을 정한다면, 저희는 다양한 신체 조건을 고려한 ‘변형 동작’까지 준비해야 했어요.
‘어댑핏 게임즈’에서는 6개 경기 동작을 3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자 자신에 맞게 무게&높이를 조절하거나 변형 동작을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 BA (basic) : 기본 동작
• ST (standing) : 보행 가능한 장애인 동작
• SI (sit, seated) : 휠체어 사용 장애인 적용 동작
예를 들어, ‘Alternating dumbbel snatch’라는 동작은 손을 바꿔가며 바닥에 놓인 덤벨(dumbbel)을 한 번에 머리 위로 올리는 동작인데요. ST과 SI의 경우 휠체어나 의자에 앉아서 해야하기 때문에, 덤벨을 바닥이 아닌 무릎이나 박스 위에 올려두게끔 했어요. 덤벨 무게 역시 BA는 10kg, ST는 6kg, SI는 5kg으로 각각 조정했고, 신체 능력에 따라 더 무겁거나 가볍게 들 수 있도록 허용했어요.
대회 1개월 전부터는 회원들이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동작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어요. 덕분에 어떤 동작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 코치와 상의하고, 상의한 결과를 토대로 경기 규칙들을 상세하게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Q. 공간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유승제 맞아요. 기본적으로 휠체어 사용자를 가정하고 모든 공간을 구상했던 것 같아요.
대회는 3시간에 걸쳐 8개 동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총 32명이 출전했고 이중 12명이 장애인이었어요. 4명씩 총 8팀이 출전하는데, 휠체어끼리 부딪히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4팀씩 번갈아가며 경기하기로 정했어요. 그래서 1층은 공간을 크게 4개로 나누어 팀별 경기 구역을 만들었고, 2층에는 대기하면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죠.
처음 공간 구상 그대로 간 건 아니었어요. 동작을 확정하고 보니, 휠체어를 박스 옆을 붙이기도 하고 로프를 흔드는 동작도 있어서 간격이 더 넓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경기장 배치를 일부 수정했어요. 2층에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한쪽은 의자를 두지 않았어요.
Q.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계획대로 안 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유승제 장애인 팀도 있고 비장애인 팀도 있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보정해야 했어요. 팀에 따라 경기 기록에 1.2배, 1.5배, 2배를 각각 곱했는데요. 예를 들면, 비장애인의 버피(Burpee) 20번이 휠체어 사용자의 버피 10번과 동일하게끔 조정한 거죠. 그런데 실제로 진행해보니 오히려 휠체어 사용자들이 비장애인보다 (변형 동작) 버피를 훨씬 잘해서 좀 당황했어요.
사실 대회의 목적 자체가 경쟁이 아니다 보니 결과를 보정하는 작업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는데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대회에서는 조금 더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전해보고 싶은 대회
Q. 첫 대회인데 브랜딩에도 많이 신경 쓴 걸로 알고 있어요.
유승제 CrossFit Games라는 유명한 글로벌 피트니스 대회가 있는데, <어댑핏 게임즈>도 이런 멋진 대회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스튜디오 회원 뿐만 아니라 운동에 관심있는 장애인 분들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대회’라고 느꼈으면 했죠.
앞서 ‘대회’는 평상시 운동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기회로써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대회가 진짜 동기부여가 되려면 <어댑핏 게임즈>가 체계가 잘 잡혀있고 잘 만들어진, ‘내가 목표로 두고 운동할만한 수준’이라고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경험야 다음 대회를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테니까요.
그래서 첫 대회지만 브랜딩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로고와 슬로건도 만들고, 가장 중요한 대회 공간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도록 현수막, 포토월, 티셔츠, 팔찌 하나까지 신경썼어요.
Q. 대회 로고와 슬로건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유승제 어댑핏 스튜디오의 BI를 활용해 대회 로고를 만들되 메인 컬러는 블랙으로 했어요. 원래 어댑핏 스튜디오의 메인 컬러는 빨간색인데요. 그걸 그대로 쓰면 스튜디오 친선 대회에 그칠 것 같고, 그렇다고 아예 다른 컬러를 쓰는 것도 애매해서 무채색을 고른 거죠.
<어댑핏 게임즈>의 대회 슬로건은 ‘Challenge your limits, 도전에 한계는 없다’였어요. 회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어댑핏 스튜디오 곳곳에 붙여 놓은 문구들 중 하나에요.
다만, 이걸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래 직역하면 ‘한계에 도전하라’인데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앞뒤를 살짝 바꿔 ‘도전에 한계는 없다’로 정했어요. 비슷하지만 뭔가 부드럽게 다독이는 뉘앙스랄까요.
실제로 어댑핏 스튜디오에서는 3kg이 넘는 물건 들기, 스쿼트 하기 등 스스로 못할 것이라고 규정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회원들을 많이 봐왔어요. 이번 대회 역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대회 물 밑 작업
Q.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웠을텐데, 어떤 걸 참고했나요?
유승제 국내외 대회의 브랜딩 사례나 규정집을 많이 찾아봤고요. 개인적으로 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조사 차원에서 F45를 이용해오고 있는데, 이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운동 용어나 동작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브랜딩이 잘 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만족감을 직접 경험해 본 것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참고가 되었죠.
Q. 대회를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도 기획한 걸로 아는데, 그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유승제 장애는 재단이 오랫동안 관심 가져온 사회문제 분야인데요. 구성원들이 장애인과 운동 경기를 하면서, 장애인을 동등한 혹은 경쟁하는 관계로 만나보는 경험도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댑핏 게임즈>와 연결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어댑핏 스튜디오 코치님을 모시고 점심시간에 같이 크로스핏 운동을 하고, 이중 희망하는 구성원은 별도 팀을 꾸려 대회 출전을 준비했어요. 15명이 총 6회 정도 운동했고, 실제 대회에 출전한 4명은 어댑핏 스튜디오에서 추가로 운동하기도 했고요.
*사이드 프로젝트 : 업무 외에도 사회문제 해결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 있는 행복나눔재단의 구성원 성장 지원 프로그램
기-승-전-스튜디오
Q. 참가하신 회원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있나요?
유승제 살면서 이런 걸 할 수 있으리라 생각 못했다고 하시면서, 대회 끝나고 울먹였던 회원님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어댑핏 스튜디오 오픈과 동시에 등록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용하는 20대 회원님이 계신데요. 부모님이 대회에 같이 오셨는데, 덕분에 쭉 운동도 하고 이런 경험도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회원님들이 운동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그렇게 해서 어댑핏 스튜디오를 계속 이용하면 더 좋고요!
Q. 매니저님께 <어댑핏 게임즈>는 어떤 의미였나요?
유승제 함께 기획했던 하루하루연구소와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장애인 분들에게 색다른 운동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어댑핏 스튜디오 멤버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실제로 대회 경기 동작을 적용해 ‘어댑핏 챌린지’라고 일상적으로 운동 기록을 겨루는 시도를 스튜디오에서도 해보고 있어요. 결국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댑핏 스튜디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