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가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운동센터는 어디?

장애인이 동네에서 운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의 첫 질문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장애인도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길 바랐고,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이하 어댑핏 스튜디오)’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장애인 PT 스튜디오의 가능성을 앞서 보여주려고 했어요. 2022년 12월 문을 연 스튜디오는 어느덧 누적 회원 465명, 월 수업 횟수 400회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운영 단계로 접어들었어요. (2025년 12월 기준)

이제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어댑핏 스튜디오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동네로 넓혀보기로 했어요.

그 첫 실험으로, 장애인이 동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운동센터를 발굴해 매칭해주는 솔루션을 새롭게 시도해 보고 있어요.

찾아주는 것을 넘어 불편함을 대행하는 게 핵심이라는 이 솔루션. 왜,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걸까요?

오늘의 인터뷰이 (Interviewee)

• 유승제 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P.T.스튜디오 점장에 도전하고 있어요.

어댑핏이 동네에 없더라도

Q. ‘동네 PT 매칭 프로젝트’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쉽게 말해서 운동하고 싶은 장애인*들에게 집 근처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대신 찾아주고 매칭까지 해주는 프로젝트예요.

*여기서 말하는 장애인은 주로 스스로 이동 및 수업 참여가 가능한 수동 휠체어 사용자를 말해요

Q.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장애인들이 어댑핏 스튜디오까지 오지 않아도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어댑핏 스튜디오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해있지만, 회원들은 강서·강북권과 경기 성남·하남, 심지어 비수도권인 충남 등지에서도 찾아오세요. 그만큼 장애인에게 운동이 절실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매번 먼 거리를 오가며 운동을 지속하는 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실제로 이용 기간이 끝나갈 무렵, 거리 때문에 연장을 망설이는 회원도 계셨어요. 어렵사리 시작한 운동인데 일상에서도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가장 좋은 건 어댑핏 스튜디오 같은 장애인 전문 운동센터가 동네마다 생기는 거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기존에 있는 운동센터 중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 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어댑핏 스튜디오-서울점에서 진행하는 그룹운동(GX)

Q. 동네에도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운동센터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셨나요?

어댑핏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장애인이 운동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장애 전문 PT 스튜디오인 어댑핏 스튜디오를 직접 열었던 거죠.

그런데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운동하는 장애인들을 만나보니, 꼭 장애인 전용 시설이 아니더라도 일반 헬스장이나 PT스튜디오를 이용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또 맞춤 운동이 가능한 소규모 PT 스튜디오 같은 곳들도 장애인이 충분히 이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런 데서 가능성을 엿봤던 것 같아요.

운동센터 찾기부터 벽

Q. 운동센터가 없는 게 아니라면 지도앱에서 검색하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찾아주는 솔루션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운동센터가 있어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제가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파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① 운동센터를 찾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휠체어를 쓰는 장애인이 운동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건물 입구에 단차는 없는지, 엘리베이터나 장애인 화장실은 있는지, 휠체어가 돌아다닐 공간이 되는지 등 확인할 게 많아요. 그런데 이런 정보들은 온라인상의 설명이나 사진만으로는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직접 가볼 수 밖에 없어요. 실제로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필터링 했는데도 막상 가보면 접근 가능한 곳은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더라고요. 이걸 장애인 혼자서 다 알아보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②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접근 가능한 곳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 접근 가능한 운동센터가 나를 받아줘야 하는데, 많은 운동센터가 장애인 회원을 거절하곤 해요. 여러 어댑핏 스튜디오 회원들도 동네 운동센터에서 거절 당한 경험을 말씀하셨어요. 거절은 유쾌한 경험은 아니죠. 그런데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좌절하게 되고 운동센터를 찾아 나서는 것도 주저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비장애인이 앱으로 손쉽게 운동센터를 찾고 나를 반기는 여러 센터 중 원하는 곳을 골라가는 반면, 장애인들은 갈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일 뿐더러 기껏 찾은 운동센터로부터 거절당할까 걱정해야 해요.

지금껏 장애인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에만 집중했는데, 어쩌면 운동센터 찾는 과정이 의외의 병목지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편을 대행해드립니다

Q. 대신 찾아준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문제가 명확해지니 오히려 솔루션은 간단했어요. 물리적/심리적 허들 때문에 운동센터를 직접 찾는 것이 어렵다면 ‘대행’이 솔루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Q. 불편을 대행하는 것이 핵심이군요?

맞아요. 저는 인테리어 공사 전에 하는 ‘입주민 동의 대행’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집집마다 방문해서 부탁하고 싫은 소리 듣는 게 불편해서 돈을 들여서라도 외부업체에 맡기는 거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운동센터 탐색이 제3자에게 맡기로 싶을 정도로 괴로운 일일 수 있는 거죠. 물론 비용은 받지 않습니다!

Q.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신 찾아주는 건가요?

온라인 서칭 → 접근성 확인 → 상담&소개까지 모든 과정을 대신합니다.

① 대신 찾고 확인해요. 신청이 들어오면 신청자의 생활권 내 운동센터를 온라인으로 조사해 후보지를 10곳 정도 추려요. 그 다음 하나 하나 방문하면서 장애인 주차장, 엘리베이터 유무, 출입구에서 문 앞까지의 동선, 건물 내 화장실 등 대략 10가지 접근성 정보를 확인하는 거죠. 운동센터 한 곳 당 20~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② 대신 상담하고 소개해요.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신청자가 관심 가는 센터 3곳을 고르면 대신 상담도 다녀옵니다. 미리 신청자의 몸 상태나 기능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장애인 회원 경험이 있는지, 트레이닝이 가능한지 여쭤봅니다. 나를 설명하거나 거절 당하는 부담이 큰 게 첫 상담인 만큼, 이 과정을 대신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그 밖에도 가장 궁금해 하실 가격도 물어보고, 상담 후에는 센터 내부도 꼼꼼히 둘러보면서 운동도구나 시설도 체크하고요.

③ 의뢰서를 전달해요. 상담 결과를 전달하면, 신청자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방문 상담하는데요. 이때 저희가 만든 PT 의뢰서를 같이 전달해요. 어댑피팅 리포트*를 바탕으로 신청자의 장애 특성, 신체 기능, 운동 시 유의할 점, 추천 운동 동작 등을 담은 일종의 소개서예요. 상담 후 신청자가 운동센터를 결정하면 최종 매칭이 완료됩니다.

*어댑핏 스튜디오가 개발한 신체 기능 측정 및 평가 서비스. 체형 및 체성분, 자세, 신체 기능 등에 대한 측정을 진행하고 리포트 형대로 제공해요

Q. 장애인 뿐만 아니라 운동센터가 느끼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운동센터가 장애인 회원을 거부하는 게 시설이나 전문성 문제만은 아닐 거예요. 장애인 고객을 응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연한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 운동센터 경험이 있는 장애인 회원에게 어떤 식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는지 들어보니, 트레이너 역시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커리큘럼을 고민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PT 의뢰서가 한편으로는 운동센터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장애인 회원의 상태를 이해하고 사전에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저희가 전달한 의뢰서를 기반으로 장애인 회원의 신체 기능을 체크하고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두 번의 테스트가 남긴 것

Q. 솔루션을 테스트 했다고 들었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목표를 ‘장애인 회원이 집에서 가까운 운동센터에서 운동 시작하기’로 잡고 두 차례 테스트를 했어요.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정의한 문제와 솔루션이 맞는지 확인하는 의미가 컸는데요.

두 번의 테스트* 결과, 참가한 6명 모두생활권 내 운동센터와 매칭돼 PT 10회 이상*을 결제했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용하고 있어요. 1차 테스트가 작년 9월에 끝났으니, 길게는 1년 가까이 동네에서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거죠.

*1차 테스트 : 2025년 4월 ~ 9월 /2차 테스트 : 2025년 11월 ~ 2026년 5월
*10회 이상 1명(모니터링 연락 닿지 않음), 10회 이용 후 휴식·이용재개 1명, 40회 이상 1명, 50회 이상 3명

이 결과를 보고 우리가 생각한대로 운동센터를 찾는 과정이 병목지점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누구도 운동센터를 찾아보는 탐색의 과정을 주목하지 않았던 거잖아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겠지만, 찾는 과정만 쉬워져도 지금보다 훨씬 더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거죠.

매칭된 동네 운동센터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장애인 회원

Q. 100% 매칭되었다는 건 장애인이 운동할 공간이 꽤 있다는 말이겠죠?

운동센터 10군데를 가보면 그 중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곳이 4~5군데 정도 됐어요. 주로 아파트 상가나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곳들이요. 그 중에서 거절하거나 거절의 뉘앙스를 풍기는 곳들은 또 걸러야 하지만 장애인 회원에 열려있는 곳도 있어서 최종 후보지가 2~3곳 정도 남았던 것 같아요. 운동할 곳이 있긴 있다!

이렇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센터가 동네에도 있다는 걸 확인한 것 자체도 테스트 성과 중 하나예요. 물론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지만요.

Q. 찾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제가 직접 다니면서 운동센터 사진도 찍고 상담도 했는데요. 그 과정이 생각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일단, 온라인으로 봤을 때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면 절반 정도는 진입이 안 됐어요.

가장 힘든 과정은 그 다음, 장애인이 운동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단계인데요. 당연히 대놓고 거절하는 곳도 있지만, 좋은 일 하신다고 칭찬하면서 정작 대답은 회피하거나, 장애인이면 병원으로 가야하는 거 아니냐며 은근 거절의 뉘앙스를 풍기는 곳도 있었어요. 또 오실 분의 성격은 어떠시냐며, 장애인들은 편의 봐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피곤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나마 제가 들어서 다행인지, 당사자 분이 들었으면 너무 화나고 괴로우셨을 것 같아요. 한번은 재활전문 센터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휠체어는 밖에 두고 들어오면 된다’고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헛걸음하고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면 저라도 운동센터 찾기를 포기했을 것 같아요.

유승제 : 운동센터를 직접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상담도 했어요

Q. 솔루션의 큰 방향은 맞지만 적용할 땐 다듬어야 할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실제로 적용해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테스트 전에는 대형 헬스장 보다 소규모 PT 스튜디오가 더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리치료사 경력을 가진 트레이너도 많고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니 장애인들도 더 선호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1차 테스트 때는 그런 곳들 위주로 제안을 드렸어요. 그런데 신청자 3명 중 2명이나 제안한 곳이 아닌 다른 운동센터를 고르신 거예요. 저희가 봤을 땐 공간이나 규모가 적합하지 않아 보여서 제외했는데, 거리나 다른 이유 때문에 거기를 고른 거죠.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원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잖아요. 누구는 가까운 게 중요하고 누구는 트레이너가 중요하고 또 누구는 기구만 잘 갖춰져 있으면 되고… 그런데 ‘장애인’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개인의 취향은 간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차부터는 모집 단계에서 원하는 요건을 충분히 파악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모집 대상이나 방문 상담 방식 등 자잘한 수정이 많았는데 여기서 다 얘기하기는 어렵고, 자세한 내용은 임팩트텔링 리포트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테스트를 하며 했던 고민과 제 나름의 인사이트를 담아보려고 했어요.

사례는 데이터가 되고

Q. 그러면 이 프로젝트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지는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프로젝트는 돌아가고 있고요.

또 한 편으로는 운동센터 데이터를 모아 동네 PT 스튜디오 맵을 만들고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장애인들이 운동할 공간을 찾는 어려움을 줄이는 거잖아요. 누구나 사이트에 들어와서 어떤 운동센터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인지, 실제 장애인 회원이 이용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현재 약 100곳의 데이터*가 업로드 되어 있는데요. 앞으로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데이터를 쌓아가 보려고 해요.

*테스트에서 실제 매칭된 운동센터 6곳, 후보지로 두었던 20여 곳, 방문 전 필터링을 거쳤던 100여 곳

우선은 이렇게 데이터를 쌓고 활용하는 데 집중하겠지만, 프로젝트가 거듭되면 또 다른 빈틈이 보일 거예요. 매칭 이후에 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이든지, 장애인에 맞는 운동 콘텐츠라든지… 그때는 또 새로운 실험을 시작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어댑핏 스튜디오도 계속해서 장애 전문 PT 스튜디오로써의 전문성을 쌓고 모델을 다듬어가야 할 것 같아요.

Q.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현재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요즘은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운동센터를 대신 찾아주는 서비스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운동센터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다양한 홍보 방식을 시도해보고 있고, 조금씩 문의도 늘어나고 있어요.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동네 PT 매칭 프로그램 신청하려면?
Project Manager 유승제 Edit 박소담 제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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